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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Jan 17. 2022

'규칙에서 벗어난 이야기'의 힘, <노는 언니> 기획기

E채널 CP 방현영 님 인터뷰 


방현영 님

- 이채널 예능제작국 CP

- <노는 언니>, <노는 브로> 기획 및 연출

- 전 JTBC 예능제작국 연출 (<한끼줍쇼>, <님과 함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

- 전 MBC 예능국 조연출 (<황금어장>,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리 결혼했어요> 등)

- 2007 MBC 공채




Q. 요즘 콘텐츠 시장이 정말 다양해지고 세분화된 거 같아요. 변화를 실감하시나요? 


방송국에서 다들 하는 고민 중 하나가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콘텐츠를 만들 때 적용할 수 있는 암묵적 문법이 있었어요. 그걸 따라가면 관성으로 얻어지는 시청률이나 관심이 있었죠. 그런데 인터뷰 초반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불과 몇 년 사이 판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도 달라졌고 취향도 아주 세분화되었죠.


그래서 무엇이 대중적인 콘텐츠인지 고민하기보다는 내가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인지, 이 콘텐츠에 반응할 명확한 타겟층이 어딘지 확실히 잡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선 어설프게 진정성을 흉내내지 않고 선택한 소재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는 태도가 필요하겠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이젠 필수가 된 것 같아요. 



Q. 연출을 맡으신 <노는 언니>는 그 중에서도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프로그램이죠. 여성 운동선수들만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아니요. 이렇게까지 성공할지 몰랐죠. (웃음) <노는 언니>를 기획한 건 무엇보다 저 스스로가 공감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동안 제가 방송계에 몸담으며 다뤘던 여성 캐릭터는 주로 아이돌이나 배우 분들이었어요. 그런데 이 분들은 직업적으로 예쁘고 매력적이어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보면서 좋기는 한데 저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충분히 이입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어요. 작가님들과 고민을 하다가 ‘운동선수 분들은 요즘 뭐하셔?’하고 툭 나온 거죠.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해보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스포츠라는 영역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태도로 삶에 임하는지 잘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느꼈어요. 보통 미디어에서 비치는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의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기 좋은 직군이었던 셈이죠. 더불어 이분들은 어릴 때부터 승부사로 길러졌기 때문에 마음 놓고 노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런 예상치 못한 빈틈이 재미요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지점들이 저처럼 ‘자기자신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원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던 것 같아요. 





ⓒE채널



Q.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기존의 예능과 조금 달라요. 전문 진행자가 따로 없어 출연진들끼리 자연스럽게 뒤섞이고, 올림픽이 끝난 후 모두가 메달리스트에 주목할 때 ‘노(勞, 애쓰다)메달' 선수 특집을 했죠.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건가요? 


<우리 결혼했어요> 제작에 참여하면서 여성 출연자들이 남성 출연자들에 비해 절제하고 자제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느꼈어요. 흔히 ‘나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드물었죠. 그런 여성 캐릭터가 나타났을 대중의 반응도 좋지 않았고요. 저는 그게 특정 캐릭터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아내, 딸, 며느리 등 주어진 역할 안에서 행동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한계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최대한 기존의 관계를 떨쳐내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 현장에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봤고요. 전문 진행자가 들어가면 긴장이 생기고 틀이 잡히는데 저희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았어요. 대신 그냥 ‘언니 동생'하면서 출연진들끼리 밥 먹고 술 먹고 대화체로 풀어가는 편을 선택했죠. 거기서 시청자들도 일종의 진정성을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또 프로그램 속 언니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관계잖아요. 시청자들도 거기서 감동을 받고요. 그러다 보니 그 관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고민하게 됐어요. 메달이 대단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만 성과 위주로 선수를 조명하는 건 우리 말고도 이미 많은 프로그램에서 하고 있으니, <노는 언니>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 했던 거죠. 


저는 결국 어떤 프로그램이든 ‘사람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메달을 딴 사람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분명 존재하잖아요? 오히려 세상에는 메달을 따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죠. 우리가 살면서 늘 느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만져주는 특집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공감해주시고 호응해주셨던 것 같아요. 



Q. 이번 라이브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우리가 흔히 ‘레거시 미디어'라고 부르는, 대중매체를 이끌어나가는 몇 개의 강력한 채널들이 존재했고 강력한 파워를 가졌죠.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판도가 바뀌었어요. 대중들이 영상 콘텐츠를 접하는 채널도 세분화되었고 콘텐츠 자체도 굉장히 다양해졌죠. 성공 공식이 없어진 이런 미디어 시장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는 어떤 모습인지, 그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그럼, 라이브에서 만나요! 






방현영 님의 강연이 궁금하다면?


https://bit.ly/3KhJY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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