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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Nov 30. 2022

“시니어의 존재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어요”

김수정 SK D&D 부동산뉴프런티어본부 설계상품파트 매니저(G2)


Q. 커리어 15년 중 건축설계 경력만 13년을 쌓았어요. 공간이 갖는 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의 집을 가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잖아요. 공간 구획, 조명, 가구, 소리, 청결도까지 공간 안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거든요. 그 사람의 취향뿐 아니라 공간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도 상상할 수 있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브랜드가 만든 공간에 가면 그 안에서 체험하는 모든 것들이 브랜드를 말해줘요. 하나하나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경험을 통해 감각 전체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죠.


Q. 훌륭한 여성 건축가들이 많지만, 남성 건축가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느낌이에요.

건축이라는 업 자체가 건축주의 선택을 받아야지 일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지금은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건축주 자체가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에 여성 건축가를 선택하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성 건축가들의 결과물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형 건축설계사무소들을 쭉 보면 임원이나 이사진에 여성이 거의 없어요.


특히 건축업계에서는 중간 연차를 찾기가 힘들어요. 그 이유를 살펴보면, 사실 건축이라는 게 가성비가 좋은 업은 아니에요. 대학교를 5년이나 다녀야 하고, 처우도 좋지 않죠. 사회 전반적으로도 건축설계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요. 건축설계비를 아끼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죠. 사실 건축설계에 잘 투자하면 결과적으로는 다른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는데도요. 인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죠.


Q. 오래 몸담은 건축설계 분야에서 부동산개발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고민이 많았어요. 편한 길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제겐 ‘이 일을 왜 하는지’가 중요하거든요.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경제적이고 건강한 건축을 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결론은 건축설계 단계 이전에 어떤 공간을 만들지부터 고민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거였어요. 그럼 부동산개발 역량이 필요하겠다. 그래서 이쪽 분야로 이직하게 됐죠.


김수정 님이 건축설계 작업에 참여한 포르쉐 스튜디오 청담


Q. 부동산개발은 뭔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져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이쪽으로 이직했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뭐 하는 사람이야? 업자야?” 이렇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웃음) 부동산개발 하면 뭔가 부정적인 이슈로 화제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부동산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우리 삶과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잖아요. 나아가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더 현대 서울’은 리테일, MD의 영역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부동산개발의 관점에서도 많은 논리들이 담겨 있어요. 대공간을 만들고 임차 단가를 매기고 그런 부분들이 다 부동산개발업과 관련된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땅, 공간과 관련된 모든 것이요!


Q. 업계 여성 시니어를 만나기 어려워 이직 과정에서 고충을 겪기도 했다고요.

이직을 준비하던 중 헤드헌터에게 제안이 왔어요. 이 업계가 대중적이지 않아서인지 헤드헌터의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제가 가진 네트워크 안에서는 건축을 전공해서 다른 업계에 진출한 분이 드물었거든요. 링크드인, 유튜브, 책 등 다양한 경로로 현직자분들을 만나려고 애썼죠. 콜드 메일을 보내고 전화하고 직접 찾아뵙기도 했어요.


Q. 헤이조이스 조이스챗 멘토로 나선 이유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서였을까요?

주니어에게 헤이조이스는 선배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창구라고 생각해요. 건축, 과학,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 시니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관련 전공자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헤이조이스를 통해 만나게 될 분이라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일에 진심이고 또 일을 잘하고 싶은 열정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분들께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드리고 싶어요. 한 사람이라도 그분의 커리어 인생에 있어서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공간은 건축, 설계, 부동산뿐 아니라 브랜딩, 마케팅, 빅데이터, 인테리어 등 다양한 업계의 협업을 통해 완전해질 수 있거든요. 헤이조이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듯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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