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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Feb 01. 2023

빠르게 달리면서, 동시에 배우는 방법

이수지 띵스플로우 창업자 겸 대표

"수백 번의 이상적인 생각보다. 한 번의 실행이 변화의 시작이다." 페이스북 전 COO, 셰릴 샌드버그의 명언 중 하나죠.

하지만 '실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꼭 필요해보이는 자원이 부족한 경우도 많고 다양한 고민 때문에 주저하게 되기도 하죠.

새로운 한 해, 좀 더 산뜻하고 가볍게 실행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번 <헤이조이스 리유니온 파티>의 스피커인 이수지 님의 인터뷰를 만나보세요!
이수지 띵스플로우 창업자 겸 대표



Q. 안녕하세요 수지 님, 헤이조이스 멤버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띵스플로우 창업자 겸 대표 이수지입니다. 띵스플로우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이 될 아바타봇과 스토리 시장에서 헬로우봇, 스플, 비트윈이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에요. 회사는 어느덧 6년 차가 됐고, 80여 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Q. 개발자도 없이 세 명이서 시작한 회사가 이제 80명 규모가 되었다니, 너무 멋지네요.


창업팀을 만들었을 때, 처음에는 개발자의 합류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저와 마케터, 디자이너 이렇게 셋이서 시작했습니다. 개발자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서 뭐라도 하려고 아이템 조사도 하고 사용자 인터뷰도 하다가 운세 챗봇 서비스로 아이템을 정했어요. ‘개발자가 없으니까 내가 개발을 배워야 하나?’ 하던 차에 검색을 해보니 챗봇 빌더 툴이 이미 많이 나와 있더라고요. 툴을 이용해 제가 개발을 했습니다. 그 당시 나와 있던 챗봇 툴 30개를 다 써봤고요. 그중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찾아서 시작했어요.



Q. 띵스플로우가 두 번째 창업이시죠. 이전의 경험에서 어떤 배움을 얻으셨나요?


띵스플로우를 창업할 때는 멋진 것, 큰 꿈, 대단한 비즈니스를 이루겠다는 목표 이전에 '일단 사람들이 돈을 쓰는 곳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돈을 내려고 하지 않는 시장에서 돈을 내게 만들려고 애쓰는 건 팀 전체를 고통으로 몰고 가는 길이에요. 또 하나는 '무조건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전에 만든 서비스는 오픈하는 데 1년이 걸렸어요. 완벽하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쓸 거라고 생각해서였죠. 그런데 막상 서비스를 오픈하고 보니까, 오픈 전에 했던 수많은 고민이 무색할 만큼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들이 펼쳐지는 거예요. 띵스플로우는 문제를 풀기 위해 가장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왔어요.



Q.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투자를 받기 위해 헬로우봇(운세 챗봇 서비스)의 수익화 가능성을 테스트할 때였는데요.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서 수익화를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 거예요. PG 사의 심사를 기다려야 하고요. 어차피 사람들이 진짜로 돈을 내는지만 알아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라마마의 탈을 쓰고 사용자들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대화 마지막 코멘트에 “나에게 복채를 줄래? 계좌번호는 이거야.”라고 붙인 거죠. 물론 내부에서도 걱정이 많았어요. 사용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귀엽다고 좋아해 주는데 라마마가 갑자기 법인 계좌를 부르면 너무 싫어지지 않겠냐고요. 그때도 “너무 싫어하면 빨리 내리면 되잖아” 했어요. 그 주에만 300명이 입금을 해줬습니다.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입금자명에 ‘라마마 고마워’ 같은 말이 있어서 찡했고요.



Q. 가장 빠르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도하고, 거기에서 학습을 쌓아가는 거군요?


맞아요. 라마마에게 말을 가르칠 때도 그랬어요. 사용자분들이 라마마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바보’라고 쓰시니까. (웃음) 진짜 대화를 잘하는 AI를 만들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제가 개발자도 아니고 자연어 처리에 지식도 없는 상태였으니까 고민이 됐어요. 그러다가 그냥 엑셀 파일을 열고 사용자 언어에 하나씩 대응어를 만들었어요. 사용자 입력에 ‘고마, 고맙, 땡큐’가 있으면 ‘내가 더 고맙지 [이름]’이라고 답변하도록요. 말을 수동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거예요. 당연히 잘 안 됐죠. (웃음) 그렇지만 사용자 발화의 20% 정도는 대응이 됐어요. 사용자들이 들어와서 처음 거는 말은 대체로 정해져 있어서 ‘뭐 해’, ‘나 심심해’ 정도는 대응이 된 거죠. 그러니까 사용자들이 라마마가 말을 알아듣는다고 놀라서 한 번 더 바이럴이 되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내가 뭐라도 할 게 없을까? 정말 방법이 없을까?’ 싶을 때 ‘뭐든’ 했어요. 엑셀로는 죽을 때까지 해도 안 될 것 같아서 결국은 자연어 머신러닝 개발자를 찾았지만요.



Q. 정보가 없고 막막한 상황에서도 ‘일단 실행’을 외치는 수지 님만의 저력은 어디에서 오나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시도하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인형 뽑기를 할 때도, “뽑을 때까지 뽑으면 뽑는 거야.” 하는 생각으로 계속 시도해요. 중단해야 할 때를 몰라서 큰 손해를 입거나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지만요. “내가 하면 무조건 된다, 왜냐면 나는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생각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Q. 빠른 실행과 배움을 회사 전체로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든 사용자 반응을 만들어 본 리더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같은 콘텐츠 영역 안에서도 각자의 탁월함이 달라요. 트렌드에 능한 분, 특정 장르물에 감각이 좋은 분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분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본인이 구현하고 싶은 내용을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전권을 가지고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합니다. 예능으로 치면 김태호 PD, 나영석 PD라는 사람을 믿고 “어떤 프로그램이든 해봐라.” 하는 것과 같아요.


담당자의 확신을 가진 실행, 그리고 회고. 이 두 가지 사이클로 가장 중요한 배움이 형성됩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두가 ‘이거 될 것 같다’ 하는 기획은 꼭 실행해 보는데요. 그냥 감이 아니라 데이터도 모아보고 해서 확신을 가지고 만든 기획도 사용자의 냉담한 반응을 얻을 수 있거든요. 회고 과정에서 감각이 같이 성장합니다. 자기가 만든 결과에 대한 냉정한 학습이 장기적으로는 팀으로서 성과를 낼 확률을 높입니다.



Q. 이번 헤이조이스 Reunion 파티에 함께 해주실 예정이시죠? 곧 만나게 될 멤버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번 Reunion 파티는 제가 꼭 만나 뵙고 싶었던 분들이 연사로 오셔서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창업을 경험하신 멤버분들이 오신다면 정말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얼마나 힘드실지 너무 공감되거든요. 저는 사업 초기부터 먼저 창업하신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지난 10년간 도움받은 만큼 힘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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