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 디렉터 정김경숙 님
회사 다니면서 영어 공부,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12년을 배워도 너무나 어려운 영원한 숙제, 영어!
구글 인터내셔널 프레스 총괄 로이스(정김경숙) 님에게
미국 본사에서 영어로 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들어 봅니다.
영어와 더불어 자기 분야에 대해서도 20년 넘게 꾸준히 공부하셨다고 하는데요.
정말 일에 도움이 되는 공부가 무엇일지, 로이스 님의 편지에서 답을 찾아 보아요.
※ 로이스 님의 강연 영상 <지속 가능한 커리어의 비결>도 놓치지 마세요!
한 주 잘 보내셨는지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 업무량이 정말 목까지 차오를 때가 있지요? 헉헉대며 해도 끝없이 돌아가는 업무, 일을 다 마쳐서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르고' 나온다는 생각으로 겨우 일어나서 퇴근해야 하는 경우도 많구요. 저도 조밀조밀 잡혀있는 미팅과 미팅 중간중간 일을 처리하다 보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참았다’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이런 마당에 자기개발까지 하라니요? 그러게요, 정말 쉽지 않은 직장인 생활이지요?
다만 제가 27년 직장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것은, 오늘 시간을 투자하면 내일은 정말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제가 미래에 잘 될 것을 목표로 자기개발을 한 건 아닙니다.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하고 싶어서 했습니다. 그것이 쌓이니 미래가 달라졌다, 라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하면서 동시에 자기개발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영어 공부와 어떻게 싸워왔는지 얘기해보겠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하루 넘기는 게 힘든 상황에 계신 분께 더 큰 스트레스를 주고 채찍질을 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일단 그 스트레스는 옆으로 잠시 접어두시고, 저의 얘기를 한 번 들어 보시고 작은 동력을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27년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자기개발 방법도 직장 연차에 따라 조금 달라졌습니다.
일단 일선에서 왕성하게 일할 시기, 일괄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략 10~15년차 정도까지는 자기가 맡은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Domain Knowledge)를 쌓는 것에 충실했습니다. 내가 맡고 있는 일, 내 업무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과 마켓의 변화가 상당히 빠른 요즘, 특별히 시간내어 읽고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커리어 초반, 저는 마케팅 집중(concentration)으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모토로라 홍보실에 PR 전문가로 들어갔습니다. 마케팅과 홍보는 물론 오버랩 되는 부분도 있지만, 확실히 다른 분야입니다.
제가 0년차로 들어갔을 때 세운 첫 목표는 일단 홍보가 어떤 일인지 알고, 무엇을 잘해야 홍보를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주니어 홍보 담당자로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를 실천했습니다. 첫째, 당시 저희 상사였던 상무님께 글쓰기를 배웠습니다. 블로그, 보도자료, 메일, 각종 글을 열심히 써 가면 빨간펜 선생님처럼 정말 꼼꼼히 수정해주셨습니다.
두 번째, 체계적인 홍보 분야 지식을 쌓기 위해 6개월짜리 홍보 아카데미나 전문 프로그램을 섭렵하고, 언론홍보대학원 석사(야간)를 마쳤습니다. 학위가 필요해서 대학원을 다닌 게 아니라, 정말 제 분야, 제 ‘도메인’에서 잘하고 싶어서 공부한 것입니다. 자기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은 자신감의 출발이거든요.
그 후 모토로라에서 전략 마케팅 부서로 옮겼는데, 인터넷 기반 마케팅을 하는 부서였습니다. 아뿔싸! 미국에서 MBA 공부할 당시, 도서관에서 간단한 목차를 찾을 정도로만 컴퓨터와 워드프로세서를 경험했던 제가 인터넷 기반 마케팅이라니요. 물론 소비자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기본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인터넷 기반의 소비자 패턴, 니드, 관계망 및 유통 채널, 모든 것이 다 새로웠습니다. 그래서 당시 고객관계 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마케팅 분야에서 유명한 교수님이 계신 경희대 E-Business 석사(야간)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대학원을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대학원의 장점은 2년 이상 함께 공부하는 직장 밖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과,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관련 지식을 넓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이 여러 강의와 논문을 통해, 현재는 물론 미래에 적용될 인사이트까지 생각해 볼 기회를 줍니다.
컴퓨터에 깜깜이였던 저에게 데이터 마이닝이나 통계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술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이 소중했습니다. 이런 원리를 공부하고 나니 관련 전문 에이전시랑 일 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이해하는 것과, 그냥 외주 기관에 맡겨놓는 것은 다르니까요.
이후 제약회사 한국릴리로 근무지를 옮겼고, 홍보와 마케팅을 하게 됐는데요. 이 때 제약 산업에서는 이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전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더라도 정부 정책의 함의를 모르면 단편적일 수 있고, 전체적인 큰 그림을 못 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대 정책학과 석사(야간)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제가 구글로 회사를 옮기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대학원 과정을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한창 신종산업으로 떠오른 인터넷 산업에도 정책의 중요성은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정책 수립, 정책 분석, 정책 영향 평가, 산업 전반 정책 등에 대해 배우는 건 제 업무를 잘 하기 위해 정말 중요했습니다. 의사 결정을 할 때 오직 그 분야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5가지만을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것과, 더 큰 그림에서 앞으로 영향을 미칠 또 다른 5가지를 알고 결정을 하는 건 다르니까요. 특히 회사 내 다른 팀과 토의하고 피드백을 줄 때 폭넓게 보고 장기적으로 보는 시각과 관점이 중요합니다.
서울대 정책학 석사과정을 마치면서 '아, 이제 학교 공부는 졸업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중요한 위치로 올라가면서 그 산업의 상황을 끊임없이 업데이트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체계적인 대학원 공부보다는 많은 기사, 리포트 등을 읽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재작년, 제가 딱 50살이 되던 해입니다. 이제 점점 눈도 침침해지고 기억력도 감퇴할텐데, 죽기 전에 공부를 한 번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안 내가 경험했던 것을 논문에 담아 보고 싶어진 것입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박사는 아무나 못한다’고요. 박사 공부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논문'을 쓰는 지난한 과정이 정말 어렵다더라고요. 의미 있는 물음에 대해 논리적으로 연구 결과를 도출해서 글로 써 가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박사가 어려운 것이라고. 아, 이 말을 들으니 은근 도전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
다만 그때까지는 야간에 박사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가 많지 않았는데, 지인을 통해 우연히 들은 말이 불을 질렀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박사과정은 주간이지만, 프로그램을 주중 저녁과 주말로 옮겨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교수들이 아주 꼼꼼하고 빡세게 잘 가르친다, 라고요. 특히 관심있는 디지털 문화 정책 전공 교수분들의 명성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미국에 오느라고 휴학계를 내야했지만요. 인터넷이 가져 온 사회 변화, 우리 일상의 변화, 문화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학우들이나 교수님들과 토론하면서 배우는 것. 이것은 어느덧 중요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 하는 제게 꼭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대학원을 다니면서 많은 인맥을 가지게 된 것도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학위라는 '껍데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학원 석사학위 4개(그 중 1개는 수료)와 박사과정 일부를 마친 '학위 콜렉터'가 되었습니다.
10년 이상 꾸준히 직장 후 공부를 하다보니,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는 요령과 근육이 생겼습니다. 오늘 내 분야 지식에서 1인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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