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 디렉터 정김경숙 님
지치지 않고 오래 가는 30년 직장 생활, 비결이 뭘까?
구글 본사에서 인터내셔널 프레스 총괄을 맡고 있는
로이스(정김경숙) 님의 다정한 편지가 벌써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50대까지 영어 공부, 자기 개발을 계속 하며 미국 본사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로이스 님의 넘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오늘 마지막 편지에서 '현타' 없이, 번아웃 없이 직장 생활하는 비결을 확인하세요.
※ 이 편지는 <번아웃 없는 30년 직장 생활의 원동력은?>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일단 저도 바쁘게 직장생활 하면서 처음부터 이런 ‘착한 직장인'을 생각하거나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마흔살 넘어서 본격적으로 실천으로 옮겼던 것 같아요. 그러니 사회 생활 바로 시작한 분들이나 아직 직장 연차가 낮은 분들,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고 미리 단념하지는 마세요. 아마 사람마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일선 업무 이외에 내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때, 그 때가 오면 꼭 잡으시고 작은 일이라도 시작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래 저의 이야기는 착한 일을 아무도 모르게 많이 하시는 분들이 보면 웃을 수 있는 조그만 일들입니다. ‘착한 직장인’으로 실천할 수 있는 팁 세가지 입니다.
팁 하나. 1% 룰을 만들자.
자기 시간, 자기 노력, 자기 생각의 1% 정도는 나, 내 가족, 내 회사를 넘어선 이웃들에게 쓰자는 원칙을 만듭니다. 사실 1%라면 1년 365일 중 4일이 채 안 됩니다. 1년에 4일 정도 (혹은 매달 4시간씩 두 번 정도)을 떼어놓습니다.
물론 꼭 1%를 하자는 건 아니고요, 내 삶의 일부를 비워두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자는 겁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청소년 멘토링 자원봉사 활동을 하거나, 농촌 봉사 활동을 간다거나, 아니면 어디 여행 중이라도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저는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데요. 그냥 어떤 지역을 걷다가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배추밭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안녕하세요’하고 배추 걷는 것을 함께 한다거나, 지나가는 길에 있는 마을회관에 들려 어르신들 말동무를 합니다. 이 때 공짜로 나눠주시는 찐고구마, 옥수수, 심지어 막걸리랑 같이 먹는 새참은 커다란 상입니다. 멀리 찾지 않아도 내가 있는 곳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면 정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더라구요.
지난 9월 미국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자원봉사 신청을 한 것입니다. 집 주변에 있는 아주 조그만 박물관(Rengstorf House)에서도 도시어(해설사)로 자원봉사 교육을 마치고 데뷔 준비 중에 있습니다(교육은 다 받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문을 안열어서리…ㅠ.ㅠ). 코로나 팬데믹 중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근처에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센터 무료 급식소에서 가공식품을 소분 포장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팁 둘. 자녀랑 같이 하자.
꼭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좋은 일은 하려는 건 아닌데요. 어렸을 때부터 ‘사회 구성원의 1인’으로서 마음을 갖도록 아이들이 직접 보고 듣게 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인 가구가 더 많아질 우리 자녀들의 미래 세대에는, 서로를 생각하는 이웃들의 도움과 연대가 더욱 필요해질 겁니다.
저의 아이가 대여섯살 정도였을 때, 아이랑 함께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요. 사실 어린 아이랑 할 수 있는 자원봉사는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 손엔 쓰레기 봉투, 또 한손엔 집게를 하나씩 들고 집주변 한강 둔치에 나가서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당시 한강 둔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아이에게 자연에 대한 감사 마음을 심어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 어렸던 아이는 어떤 생각으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이후에 청소년이 되어 허리 아픈 줄 모르고 일주일 내내 울릉도 여행 중에 명이나물 모종 심는 것을 돕거나, 거머리 나오는 거 무서워하지 않고 맨발로 논바닥에 들어가 피 뽑는 자원봉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음이 그 때부터 자라지 않았나 합니다. 요리 하나 못했던 아이가 올 초에는 친구들과 함께 참치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 팔아 기부했다는 소식을 보내올 때는 가슴 뿌듯했습니다. (아 이런, 또 자식자랑….)
팁 셋. 좋은 일은 동료들과 함께 하자.
7~8년 전에 구글코리아에서 청소년 멘토링을 시작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게이글러) 활동을 시작하고, 그 후 회사 내에서 이런 활동이 좀 더 탄력을 받고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같은 마음을 갖고 할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첫 3-4년은 두 모임을 제가 이끌어 왔지만 함께하는 동료에게 ‘반장직(리드)’을 넘기고 저는 조력자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새로 맡은 리더분들은 제가 하지 못했던 생각과 창의적인 방법, 새로운 접근으로 더 잘 하시더라고요. 내가 만든 조직, 내가 시작한 이니셔티브라고 해서 혼자만 짊어지거나 끌어안지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본인은 손을 떼는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조력자로서 새로운 리더가 잘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적극적으로 함께 해야합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여기서도 버려야죠. ㅎㅎ
회사에는 정말 좋은 뜻을 갖고 있는 동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로 연결이 안 될 때는 몰랐는데 한 명, 두 명 알아가게 되면 긍정적 에너지와 열정을 갖고 있는 ‘착한 직장인'들이 회사 내 곳곳에 많이 숨어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랍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서로 힘이 됩니다. 그리고 그 동료들의 존재가 한 직장에 더 오래 있고 싶어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직장이 직장 그 이상이 되는 순간이지요.
지난 2편에 말씀드렸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했던 말을 다시 드리면 ‘본인이 좋아서 하는 잡(job)’은 ‘커리어(career)’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이어서 흔히 ‘사명(calling)’이라고 해석되는 ‘보케이션(vocation)’은 우리가 가진 시간이나 재능을 사용해 의미 있는 일을 해보는 성스러운 초대라고 말했고요.
단체 활동가나 성직자가 되어 풀타임으로 사명 혹은 보케이션을 갖지 않더라도, 커리어(career)를 하면서 직장인으로서 “보케이션의 마음”을 잠깐씩 가져보면 어떨까요? 이것이 번아웃 없이 20년, 30년 갈 수 있는 장수 직장인의 비결이 아닐까요?
로이스 올림
2020년 4월 26일
* 더 하고 싶었는데 못다한 얘기들 : 리더십만큼 중요한 동료십, 쪼갤수록 늘어나는 시간 얘기, 트리플A 극소심형이 커뮤니케이션으로 밥 먹고 살게 된 얘기(이건 거의 ‘애벌레에서 번데기’ 같은 과정이었음), 체력은 정말 중요한 실력(절대 깡으로 버티지 마세요!) 등등… 나중에 기회 되면 얘기해요!
* 요즘의 심정 해시태그 : #50살은정말젊은거였네 #함께하는세상 #더모어재택더모어와인쿨럭
* 스페셜 땡스투 : 아이를 잘 키워주신 시어머님, 친정 엄마, 그리고 돌아가신 시이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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