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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Feb 21. 2022

여행의 목적.

-여행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가.

코로나로 인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무엇이냐고, 종종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거나, 건강을 염려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여러 불편함이 반복해서 언급된다. 그중에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다'라는 말이 특히 자주 나오는데, 이 말은 '여행을 가고 싶다'라는 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곤 한다.

나는 그다지 여행을 자주 떠나는 편이 아니다. 떠나더라도 최대한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 30대가 되었는데도 배와 비행기를 태어나서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 나는 발이 땅에 붙어있는 걸 좋아하는 게 분명하지만, 꼭 그래서는 아니고 굳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는 듯하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대개 1년에 한두 번씩, 많게는 한 달에 한 번씩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에게 여행이 좋은 이유를 물어보면 각자의 성향에 맞는 다양한 이유를 말해주지만, 큰 카테고리로 묶어본다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라는 말에 대체로 포함이 되는 듯하다.

노래와 함께 심리학을 설명한 책인 [노래가 필요한 날]에서 저자는 "우리는 어딘가로 떠났을 때, 불편함에서 벗어나 잠시 낯선 나로 살면서, 놀이에서 오는 재미를 찾습니다"라고 말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우선 즐겁기 때문이라는 걸 뜻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낯선 나'와 만난다는 점도 여행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집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나'다워진다고도 한다. 몸이 피로해짐에 따라 본성이 쉽게 드러나게 되고, 낯선 환경에서는 굳이 좋은 사람인 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여행이라면 그래도 같은 나라 안에서 언제 어떻게 다시 마주칠지 모른다는 걱정에 여전히 겉모습을 모두 내려두진 못한다. 그러나 해외로 떠난 여행이라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해외로 떠나보지 못했기에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떠난다는 행위는 정말이지 내 껍질을 집에 남겨두고 온전히 나로서 살아보는 순간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월든]에서 소로우는 모험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매일 먼 곳으로부터 집에 돌아와야 하겠다. 모험을 하고, 위험을 겪고, 어떤 발견을 한 끝에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성격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야 하겠다." 집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새로운 경험과 성격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격에 관해서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닐 것이다. 지금껏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던 나의 모습일 것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

밴드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의 노래인 <Home>은 'Ithaca'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이타카로 가는 길>이라는 방송을 통해 만들어졌다. 터키에서 시작하여 그리스의 섬인 이타카까지 가는 여정에서, 하현우는 윤도현과 함께 음악여행을 즐긴다. 긴 여행을 통해 나온 <Home>이라는 노래는 말 그대로 여행 속에서 '낯선 나', '새로운 나'를 만났다는 가사를 담고 있다.

여행은 어디에 도착하는지 보단 어떻게 경험하는지가 중요하다. 세상 많은 일들이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여행만큼은 무조건적으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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