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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Jan 04. 2022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독서법에 관한 고민.

독서에 대한 관심


  책을 읽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많은 사람들이 느낍니다. E-Book과 오디오북 등 책을 읽기가 점차 수월해지고 있고, 여전히 성공한 사람들은 독서를 강조합니다. 저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독서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아무 망설임 없이 "예!"라고 대답하진 못합니다. 딱히 싫어한다는 느낌도 없긴 하지만 단지 좋아서 읽기보다는 '필요성' 때문에 읽는 부분이 아주 크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아마 '좋아서' 읽게 되기를 바랄 겁니다. 억지로 읽는 건 괴로우니까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자녀가 책을 좋아하게 되길 소망합니다. 책 읽으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찾아서 읽기를 바라죠. 단, 재미를 위한 소설이나 만화가 아닌 교양서적을요. 역시 독서의 즐거움보다는 '필요성'을 쫓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독서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은 앞으로도 식지 않고 쭉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체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건 당연히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서, 그리고 '삶의 철학'을 키우기 위해서, 또는 '간접경험'을 위해서일 겁니다.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선 글을 많이 접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꼭 책이 아니어도 글은 많긴 하죠. 그러나 책만 한 게 없습니다. 삶의 철학도 몸으로 부딪혀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깨달음을 건네 줄 뛰어난 사람들을 모두 만나기도 힘듭니다. 그러니 책만 한 게 없고, 간접경험의 영역에서도 같은 이유로 책만 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책을 평생 동안 계속 읽어나가기 위해선 당연히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가장 강력한 동기는 단연코 '즐거움'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저는 이 말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피할 수 없으면 대강 수습하고 도망가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즐길 수 있다면, 즐기지 않을 이유는 없죠.




책을 재밌게 읽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독서가 재밌어질까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되진 않더라도, 제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저한테만 재밌는 걸 수도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첫 번째는 '재밌는 책 읽기'입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이죠. 애초에 재밌는 책을 읽으면 당연히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은 흔히 '도움되지 않는 책'으로 분류됩니다. 만화책, 판타지 소설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정말 이런 책들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화에도 삶의 철학이 녹아들어 있기도 하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주기도 합니다.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과학의 원리를 배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 판타지 소설의 경우는 독자들이 일명 '고증'을 철저하게 하는 편입니다. 마법 간의 상성, 물리 법칙의 한계, 일어난 사건의 맥락에 따른 인과성, 캐릭터 간의 관계 등 철저하게 고증을 하고, 잘못된 설정은 거침없이 비판하죠. 많은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소설은 그야말로 배움의 터전입니다. 거기에 재미를 위한 판타지 맛이 첨가되었을 뿐이죠. 또한, 만화도 분석적으로 읽기만 한다면 독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화를 즐겨 읽는 사람에게 스토리를 설명해보라고 요청해보세요. 그 사람의 말만 듣더라도 독해력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만화를 읽느냐 고전을 읽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위에서 말했던 '어떻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분석하며 읽기'입니다. 그냥 멍하니 유튜브를 보듯 책을 읽는다면 서울대 필수 교양서적을 읽더라도 내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책 제목이나 저자 정도 겨우 기억하겠죠. 그렇게 10권을 읽고, 10권의 책 제목만을 기억한다면 절대 독서를 즐길 수 없습니다. 시간낭비라고만 여겨질 테니까요. 기억에 잘 남기기 위해서 그리고 재밌게 읽기 위해선 분석하며 읽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떡밥' 찾기
  '떡밥'이라고 부르는 것은 '복선'의 다른 말입니다. 앞선 이야기에서 배치되어 있던 아무 의미 없는 듯한 무언가가 이후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지니고 있었다는 게 밝혀지는 것을 말하죠. 책을 읽으며 작가가 설정해둔 떡밥을 찾아보면서 읽으면 훨씬 내용에 집중할 수 있고, 이후에 내가 찾아둔 떡밥이 회수되는 걸 확인했을 때 말로 다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스토리 중심의 책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그럴 땐 떡밥을 대체할 다른 도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2) '키워드' 분석하기
  다음 도구는 '키워드'를 찾으면서 읽는 것입니다. 떡밥이랄 게 딱히 없는 부류의 책을 읽을 때는 저자가 반복해서 사용하는 키워드를 찾으면서 읽는 게 집중이 끊기지 않게 도와줍니다. 특히 어떤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책인 경우, 주요 개념이 키워드가 됩니다. 그리고 그 개념에 해당하는 다양한 정의, 관련 연구 결과와 해석, 그 개념이 중요한 이유가 이어서 나옵니다. 키워드가 머리라면, 그와 관련된 내용들이 다른 신체부위라고 생각해보며 몸 전체를 하나씩 이어 붙여 보는 겁니다. 다 완성하고 나면 저절로 핵심 요약이 끝납니다. 그 요약 안에 책의 중요한 내용이 다 담기게 되죠. 요약본을 한 번 더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보세요. 깔끔한 요약 설명에 '책 잘 읽네' 소리가 저절로 나올 겁니다.


  다시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책을 재밌게 읽기 위한 세 번째 방법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세 번째는 '같이 읽기'입니다. 바로 '독서모임'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함께 읽으면 우리는 좀 더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독서모임에 관한 글을 적은 적이 있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통해 제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는지를 적었었죠. 아래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planting-a-haze/13


  혼자서 책을 읽으면, 다 읽고 나서 금세 내용이 휘발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독서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을 때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게 되니 내용을 상기시킬 기회가 생깁니다. 그리고 책과 관련된 내 경험, 내 감정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감정에 대해서도 듣게 되니 기억이 더 선명해집니다. 참고로, 기억은 감정과 연합될 때 더 선명하게 그리고 더 오랫동안 남습니다. 또한, 책을 언제까지 읽고서 모이자는 마감 기한도 정해져서 외부적이나마 동기부여가 됩니다. 꾸준히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남는 것도 많아지게 도와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서 읽고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감정과 새로운 생각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움이 샘솟고, 그럴수록 더 모임을 나가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죠.




많은 독서가들을 응원합니다


  여기서 적어본 방법뿐만 아니라 세상엔 수많은 독서법이 있습니다. 재밌게 읽는 법은 물론이고, 학술적으로 읽기, 사업 아이디어를 위한 읽기 등 요구에 따라 다양한 독서법이 있을 겁니다. 책을 많이 읽는 분이라면 여러분만의 비결도 있을 겁니다. 저는 딱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긴 합니다. 한 권을 읽는 데 꽤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날은 거의 없이 꾸준히 읽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재밌게 책을 읽는 방법은 많이 읽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단 계속 읽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꼭 책일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를 봐도 좋고, 애니메이션을 봐도 좋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게 사실 최고의 독서입니다. 어떠한 간접 경험도 직접 경험을 뛰어넘진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한정된 공간에서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영상 매체도 참 좋지만 문자에 비해 시간이 많이 듭니다.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한 편 볼 시간에 두 권을 읽어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책 내용을 요약해주는 영상이 유튜브엔 많이 올라오는 걸까요?


  방금 말한 요약 영상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보고자 하는 책이 내게 필요한 책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는 제격이죠.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도 문해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점차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서면으로 전달된 내용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죠. 아무리 화상회의가 발전해도 모든 걸 말로 전달하기만 할 순 없습니다. 애초에 문해력이 낮다면 대화도 잘 안 됩니다. 글로 정리하지 못하는 걸 말로 꺼내긴 아주 어렵고, 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말을 잘 이해하기도 어려우니까요.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독서'를 새해 계획에 넣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좀 더 재밌는 독서를 하시면서 목표한 바를 이루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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