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념과 균형]
심리학에서는 성격에 대해 설명하는 여러 관점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인본주의 관점'이라고 불리는 입장에서는, 인간의 타고남과 그로 인한 한계를 인정하기보다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동기를 가진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칼 로저스라는, 상담자라면 한 번쯤 접해보고, 많은 상담자들이 존경하는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로저스는 그저 자기 자신답게 살아가게 존중해 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스스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인본주의 관점에서는 한 개인을 분석할 때 현상학적으로 접근합니다. 쉽게 말해 그 사람만의 주관적인 세상을 해석하려 합니다. 이 사람은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존중과 격려의 언어로 알아나가죠.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이 매우 중요하기에, 성격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자기개념'이 어떠한 지가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자기개념은 간단히 말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지를 말합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신을 한 문장,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실 건가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균형 있게 알고 계시나요? 여러분 스스로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곧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상당 부분 결정한다고 보는 것, 그게 인본주의 관점을 가진 심리학자들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부분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방어 본능인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자기개념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의식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말 운이 좋아 평생 지지적이고 온정적인 부모 아래서 그다지 괴롭지 않은 경험만을 쌓아왔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자기개념이 안정적일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적절히 시련도 겪고, 그걸 직접 극복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건강한 자기개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개념의 균형을 이루고, 자기실현을 이루어 낸 사람들은 대체로 자발적으로 살며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인간관계를 소중히 생각하지만 타인에게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서로 상반되는 성격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합리적이지만 때론 직관적이고, 해맑은 아이처럼 자주 웃고 노는 걸 좋아하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 강한 책임감을 보이는 어른스러운 면모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상적이고 긍정적이라고 바라보는 한 가지 특성에 대해, 그 반대편의 특성은 매우 좋지 않다고 여기며 배척하고 지양하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건강한 성격, 건강한 심리 상태는 균형에서 옵니다. 웃을 줄 아는 동시에 화를 낼 줄 알아야 하고, 슬프면 울 수 있어야 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하면서 동시에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양극의 특성을 통합한다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아예 손을 놓고 포기하는 건 옳은 선택은 아닐 듯합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 스스로를 지금 어떤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스스로를 비난하고만 있진 않나요?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진 않나요? 또는 반대로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만 말하고 있진 않나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 주며, 약점과 강점을 모두 포용하는 건강한 성격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