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애 May 25. 2022

우린 모두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임세모, [영웅이 아니에요]

아침 일찍 벌써 나는 피곤해요
돈을 벌고 집에 오면 뻗어버려요
쉬는 날엔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꿈이 있는 사람치곤 게으르죠




요즘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면 항상 듣는 노래가 있다. 나의 피곤함을 공감해 주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름의 위안이 되어준다. 몸은 여전히 피로하고 한 걸음 내딛는 게 지치지만, 마음이라도 가벼워지는 기분이 드니 얼마나 다행인가. 열심히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꿈을 목표로 두고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매번 되새겨보지만, 몸이 지치기 시작하면 대체 내가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사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없는 의문도 억지로 만들어 내서 필사적으로 의아해하며 최선을 다해 뒹굴뒹굴한다.


미라클 모닝, 꾸준한 습관, 25시간 같은 하루 보내기 등 일명 '갓생'이라고 불리는 불꽃처럼 타오르며 열심히 사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종종'이다. 10명의 챌린저 중 성공하는 사람은 1명이 있을까 말까. 그 사람들이 특별한 편에 속한다면,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은 나머지 9명에 해당할 것이다. 그들은 최소한 자기 자신의 세상을 바꾸는 혁명가 또는 영웅의 삶을 살겠지만, 나는 영웅이 아니다.




그래요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내야죠
나도 잘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어요
근데 그게 맘대로 되냐구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게 대체 몇 번일까. 매번 '좀 더 열심히 해보자'라고, 다짐을 반복하지만, 이 다짐을 반복하고 있는 나는 침대 위에 있다. 나의 한쪽 손엔 과자가, 다른 손엔 핸드폰이 들려 있다. 그렇게 또 하루를 덜 열심히 살아낸다. 나는 분명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즐거운 상황에 놓여 있는데,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니 "역시 일은 하기 싫은 거구나"라고 생각해버리곤 한다.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할까? 뭐, 소수의 사람들이 있긴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민 중 아주 많은 사례들이 '게으른 나 자신을 바꾸고 싶어요'이기도 하다. 물론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 한 가지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다. 만약 주변에서 "네 인생인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굴면 어떡하니?"라거나, "해야 하는 걸 안다고 말만 하지 말고 지금 바로 해! 안다면서 왜 안 하니?"라고 말한다면, 노력하려다가도 김이 팍 샌다.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아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더니 어머니가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와서 "공부 좀 해!"라고 말하는 순간 공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알면서 왜 안 하냐는 말은 정말 배려심 없는 말이다. 알아도 맘처럼 되지 않는 일이 우리 삶에는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아는 데도 잘되지 않아서 나 자신이 가장 괴롭다. 차라리 모르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말이다. 만약 주변에 맘먹은대로 노력하길 주저하고,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그럴 수 있지. 너는 평범한 사람이잖아. 보통 사람들은 다 그러곤 해." 세상에 영웅적인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돼야 하는 건 아니다. 평범함의 가치를, 우리는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영웅이 아니에요
멋진 주인공 아니구요
나는 영웅이 아니에요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요


나는 청춘도 아니구요
나는 어른도 아니에요
나는 영웅이 아니에요
이젠 어떻게 될는지
아 모르겠어요




아직 사회 초년생이고 이제 막 서른에 접어든 나이지만, 청춘이라고 부르기엔 참 애매해진 그런 사람이 됐다. 물론 나보다 연상인 사람들이 보기엔 가소롭겠지만, 나는 이미 동생들 앞에서 꼰대인 사람이고, 청춘이라고 당당히 말하기엔 삶에 찌들었고, 꿈과 희망을 노래하기보다는 현실의 퍽퍽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른도 못 되는 게, 여전히 철이 없고, 내 인생을 온전히 책임지기엔 겁이 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며 농땡이를 부릴지 고민한다. 말 그대로 영웅이 아닌, 엑스트라 12번의 삶이랄까.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오래전부터 입에 달고 있던 말이다. 실제로 지금까진 어떻게든 되었다. 물론 늘 좋은 결과가 따라온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여유롭게 글을 적고 있을 수 있었으니 참 다행이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영웅적인 삶은 살지 못할 것이고, 솔직히 그럴 마음도 없다.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면 기쁠 것 같으면서도 부담스러워서 싫기도 하다. 나는 평범함을 사랑한다. '슈퍼 노말'이라고 부르며 평범한 사람 중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 됨으로써 오히려 특별해지는,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이다.


[영웅이 아니에요]라는 노래는 참 천연덕스럽게 내 마음에 노크도 없이 들어온 손님 같다.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눈길을 주니 이미 소파에 떡 하니 누워있는 나무늘보가 상상되는 노래다. 물론 이 나무늘보는 나의 분신이다. 그러니 내 허락 없이도 자유롭게 들락날락할 수 있다. 노래가 끝날 즘엔 왠지 모르게 피식 웃게 된다. "그래, 내가 영웅도 아닌데 뭘"이라고 속으로 말하며, 오늘 하루도 이만하면 애썼다고 위로하며 맥주 한 캔 들이킨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와 화해하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