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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Feb 17. 2022

나와 화해하는 시간

아이유, [아이와 나의 바다]

노래는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으로 우리 마음을 치유해 주곤 합니다. 때론 감정을 부풀려 안아주기 쉽게 하고, 때론 그냥 그 자체로 감정을 안아주기도 하면서요.



아이유가 부른 <아이와 나의 바다>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내면 아이와 화해하는 과정'을 아주 아름답게 담고 있습니다. 내면 아이는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우리 자신입니다. 아직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고, 쉽게 상처받는 아이였을 적에 머물러있는 마음이죠.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내면 아이는 어릴 적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 살아남으려 애를 쓰며 연약한 그 마음을 꼭 쥐고 있던 우리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는 내면 아이를 마주하길 꺼려하죠. 자신의 못난 모습으로 여길뿐입니다. 숨기려 하고 거리를 두려 하죠. 외부로부터 상처받았던 아이가 이제 내면으로부터도 상처받기 시작하는 겁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아이는 처절한 발악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게 바로 우리가 겪는 마음의 병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선 내면 아이의 폭동을 멈춰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아이에게 손을 내밀고 그동안 무시해서, 괴롭혀서 미안했다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마음에게 말이죠. 그제야 마음속 우리가 머무는 고향과도 같은 공간에서, 폭풍우와 지진이 멎고 다시 꽃이 피어나고 새들이 쉬러 날아올 겁니다. 내면 아이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화해했으니까요. 물론 이후에도 가끔씩 투정을 부릴 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또한 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함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내면 아이도 나 자신이란 것을, 나는 나 자신을 언제나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 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하지 않아



세상은 여전히 높고 사나운 파도가 밀려드는 재난의 연속일 겁니다. 그러나 마음의 평화를 얻은, 자기 자신과 화해한 우리는 거친 파도를 자유롭게 타고 놀 수 있습니다. 파도를 잠재우는 법은 없습니다. 단지 파도에 부서져 바다 깊이 가라앉지 않고, 유유히 파도를 타는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아이와 나의 바다>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입니다. 삶이 노여워하여 당신을 흔들더라도, 마음속 작은 아이, 자신의 가장 깊은 마음과 맞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면 잠시 길을 잃어도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맬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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