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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Aug 08. 2021

책에게 물어보기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법

내가 책을 읽는 방법


  나는 아무래도 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심리학 관련 도서를 많이 읽는다. 다음으로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 다른 장르의 소설도 종종 읽는다. 에세이는 비교적 최근에 읽게 되었다. 심리학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계획하고 있다. 어쨌든 중심은 심리학 책이다.


  나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래서 '당신은 어떻습니까?'를 물어봐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에세이를 읽기 시작한 이유도 비슷하다. '저는 이런데, 당신은 어떠세요?'를 물어봐주는 책이 참 좋았다. 이젠 그저 '저는 이렇습니다.'라는 책이어도 만족한다. 나는 어떤지는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나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읽든 내 주된 관심사는 '나는 어떠한가?'이다. 심리학 책을 읽을 때도 '인간의 이러한 감정은 어찌저찌, 이러저러해서 일어난다.'같은 문장을 보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언제 이런 감정을 느꼈더라? 이 설명이 내 경험도 알맞게 설명해주고 있나?' 소설을 읽을 때도 등장인물의 행동을 보며, '나라면 이때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본다. 어떤 책을 읽든 내 관심은 오직 '나'에 꽂혀있다. 이 정도면 거의 집착이다. 숟가락 살인마, 물음표 살인마에 이은 '나라면' 살인마라고 불려도 변명할 수 없다.


  '나'와 관련된 질문을 떠올리게 해주는 문장에서 시작하여 화살표를 책의 여백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곳에 내가 떠올린 질문을 적어둔다. 여백이 충분하다면 즉시 질문에 대한 답도 적어본다. 또는 나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명문장을 발견하면 색깔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둔다. 어쩔 땐 형광펜 또는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둔다. 요즘은 독서감상문을 쓰기 위해 연필로 책을 요약하는 데 필요한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읽는다. 책의 내용을 상기하고 싶을 땐 밑줄 그은 문장만 다시 읽어보면 되도록 표시해두는 것이다. 책의 귀퉁이를 접기도 한다. 중요한 내용이 있는 부분에, 요약에 필요한 문장이 있는 쪽에, 질문이 적혀있는 곳에 표시를 남겨두기 위해 귀퉁이를 접는다. 나의 독서과정을 정리하자면, 연필로 밑줄 긋기, 질문 적기, 색깔 볼펜으로 강조하기, 귀퉁이 접기, 요약하기, 독서감상문 쓰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다독이냐, 정독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내가 갓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많이 읽는 게 좋을까, 적게 읽어도 깊게 읽는 게 좋을까?' 일단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깊게 읽는 걸 선택했다. 물론 깊게 읽기를 선택했을 뿐이지, 실제로 깊게 읽는 건 아직도 쉽지 않다. 배경지식도 부족하고, 집중력도 부족하고, 언어능력도 좋은 편이 아니다. 비판적 사고? 더더욱 어렵다. 깊게 읽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건 깊게 읽으려고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읽는 만큼 배경지식도 빠른 속도로 확장된다. 여러 책을 비교해보며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검증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최신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독서 경험치가 늘어날수록 좋은 책을 골라내는 능력도 단련된다. 또한, 다독이 얕은 독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1년에 100권 이상 읽으면서 동시에 정독하는 사람도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독서 고수'라고 생각한다. 다독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권에 집중하길 선택했다. 오직 한 권에 집중하더라도 나는 그 모든 내용을 흡수하지 못한다. 여기에 권 수가 많아진다면, 흡수량은 더욱 떨어질 거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전에도 글로 적은 적 있지만, 좀 더 보충할 겸 다시 말하자면 나는 내 능력적인 면을 거의 믿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든, 심지어 놀며 휴식하는 시간에 사용되는 능력에 대해서도 '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전제를 늘 가지고 생각한다. 다독은 여러모로 내게 맞지 않는 방식이다. 나는 오랜 시간을 들여 한 권의 책과 대화해야만 한다. '나'에 관한 질문을 발굴해내야 한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질문을 캐낸다. 그리고 '나'를 관찰하며, '나'를 책 안에서 마주한다.




책에서 발견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책을 다 읽고 나면, 구석구석마다 적어놓은 질문을 모아볼 차례다. 그리고 각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좀 더 넓혀 보며 글을 적는다. 바로 이곳, 브런치에 올리기도 하고, 시로 변형하여 인스타그램에 올려보기도 한다. 어딘가에서 공개하지 않고 간직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어떤 형태로든 글로 쓴다는 것이다. 단순히 감상문이든, 예비 독자들에게 책을 소개하기 위한 서평이든, 독서 후에 뭔가를 남기기 위해서는 책과 관련된 글을 적어보는 게 가장 좋다. 300 페이지 안에서 단 한 문장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는 것도 '책과 관련된 글'에 포함된다. 심지어 책을 읽지 않고, 표지와 제목만 보고서 그 느낌을 적어도 '책과 관련된 글'이다. 나는 문장에서 출발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내 생각, 내 느낌에 집중한다. 내 생각을 마음껏 쓰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와 관련된 조각을 발견하게 된다. 내 가치관, 성격, 행동 패턴, 생활방식 등 많은 걸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어떤 책을 읽었는가에 따라 적을 수 있는 글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 내가 가장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는 방식을 알기 위해선, 일단 이 방법, 저 방법 모두 실천해봐야 알 수 있다. 나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다양하게 글을 적어보려 노력한다. 브런치에서 다른 사람이 적은 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분명 독서를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나는 '나'를 찾는 독서, '나'를 찾는 글쓰기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여러분이 적은 글이 모이면, 그 글들은 여러분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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