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애 Aug 24. 2021

오늘도 수고했어. 쉬어가자.

오왠, [오늘]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여러분은 몇 시에 잠드시나요? 늦게까지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쓰러지듯이 잠드는 분도 계실 테고, 쓰러지지 않더라도 '이대로 잠들긴 아까워'라며 새벽까지 하루를 이어가기도 할 테죠. 저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굳이 잠들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도, 오늘 하루를 충분히 살아냈는데도, 잠든 사이에 흘러갈 시간이 아까워 유튜브에 접속하게 됩니다. 지금은 아침 일찍 일어나려 노력하는 중이어서 새벽 1~2시쯤 잠이 들지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새벽 4~5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들곤 했죠. 저처럼 잠들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옛날과 비교하여 가장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 우리는 자꾸만 뭔가를 더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부족한 자신을 탓하곤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중인 현재는 과거로부터 생겨난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도 과거를 제쳐두고 알아갈 순 없죠. 저는 정체성에 '기억'을 빼놓을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기억이 곧 나'이기도 하죠. 물론 기억이 내 정체성을 모두 설명해주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기억이 없다면 '나'라는 자각도 없을 겁니다. 기억은 과거의 산물입니다. 우리의 과거가 눈, 코, 입, 귀, 온몸의 피부에 달라붙어 오감으로 떠올릴 수 있게 남아 있는 게 기억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는 듯합니다.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삶이 맞는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을 생각하곤' 합니다. 마치 미로 속에 갇힌 것처럼 방황하면서 말이죠.


  자려고 누웠다가도, 하루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라고 느껴져 다시 벌떡 일어나 뭐라도 하려고 하시나요? 잠시라도 성장을 멈추면 불행한 미래가 찾아올 것 같아서,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비난받을 것 같아서, 계속해서 할 일을 찾고 계시나요?




우리 모두, Good night


  세상 사람들 모두 잘만 살고 있는데, 다들 훌륭하게도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왠지 나만 뒤쳐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지금의 저도 그렇고, 아마 저와 같이 느끼는 분들이 여럿 있을 테죠. 저는 이렇게 생각해보려 합니다. 우리의 패배감은 '정신적 패배'로 인해 찾아오는 게 아닐까요? 물론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내가 뒤쳐진 게 사실일 테죠.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와 비교했을 때는 그들보다 우리가 앞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상대적인 것이죠.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싶은 마음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게 내가 바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돈이면 거의 모든 게 가능한 세상에서, 돈을 많이 버는 걸 목표로 삼는 건 결코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국 돈이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닐 겁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하고 싶은 일'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가족들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걸 마음껏 해주는 것, 가치 있는 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등 단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중요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우리가 원하는 가치들을 이루는 게 정말로 반드시 돈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완벽한 형태는 아닐지라도 지금 당장 우리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을 수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우리의 하루를 지금 할 수 있는 일로 조금씩 채워본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시간이 빠듯하니까요.


  새벽이 깊어감에도 걱정과 고민으로 잠들지 못한다면, 내일 일어나서 '이루고 싶은 작은 꿈'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잠들기 전 세 가지의 이루고 싶은 꿈을 정해봅니다. 아주 하찮고 귀여운 꿈을 말이죠. 점심에는 돈가스를 먹겠다거나,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안부를 물어본다거나, 30분 정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산책을 하는 등 기억하고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해낼 수 있는, 소소하지만 실현시키고 싶은 꿈을 정해 보아요. 저는 이 방법으로 잠드는 시간을 1시간 정도는 단축했습니다. 빨리 자고 일어나 내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죠.




  오왠이 부른 [오늘]은 잠들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우리의 마음을 정말 사실적으로 표현합니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시리던지, 한동안 새벽이 되기만 하면 이 노래를 틀어두고 못 말리는 새벽 감성에 빠져들곤 했죠.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라고 노래하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우리의 고됨을 대신 외쳐 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Take it easy'라고 노래함으로써 작게나마 쉬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것만 같아서 위로를 받습니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는 여러분들께 이 노래를 권해드리고 싶네요.




새벽 4시 잠들지 않아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을 생각하곤 해 
습관처럼 마음이 아려와 집으로 가는 길은 자꾸만 멀어지는데 
저만치 멀어지는 찾을 수 없는 잡을 수 없는 
Take it easy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오늘 밤이 왜 오늘의 나를 괴롭히죠 
아무것도 한 게 없는 하루인데 나는 왜 이렇게 눈치만 보고 있는 건지 
아쉬움은 나를 찾아 다가오네 창문 밖은 벌써 따뜻한데 
Take it easy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오늘 밤이 왜 오늘의 나를 괴롭히죠 
한 번만 다시 또 일어설 수 있나요 음음음 
오늘도 슬픔에 잠겨 밤을 지우고 있나요 
Take it easy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오늘 밤이 왜 오늘의 나를 괴롭히죠 
Take it easy 왜 오늘의 나를 괴롭히죠
매거진의 이전글 날아오르는 건 주작만이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