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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Aug 20. 2021

날아오르는 건 주작만이 아니야.

넥스트, [해에게서 소년에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어릴 적 어른들에게 대들면 이런 말을 듣곤 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디서 감히!" 이 말을 들으면 "머리에 피가 마르면 죽어요!"라고 반박하곤 했다. 어른들이 말하는 '머리에 피'라는 건 우리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날 때 그 숭고한 희생의 피를 덮어쓰고 나오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마치 갓 알을 깨고 나온 새의 깃털이 축축이 젖은 것과 같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를 알고 나서도 어른들의 말에 동의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우리의 머리는 샤워를 하고 나서 말리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곤 보송보송해진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조언을 들으면 이제 '에휴, 꼰대가 또 시작이네'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 있다. 불필요한 조언, 참견, 지적질은 당연히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어른들에게 반성을 요구해야 옳다고 여긴다. 그러나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분위기로 발전하는 듯하여 걱정이다. 그중에서는 우리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가치 있는 도움도 분명히 있다. 우리에겐 '롤모델'이 반드시 필요하고, 가장 좋은 롤모델은 나와 비슷한 인생을, 또는 전혀 다른 인생을 먼저 살아 본 어른들이다. 모든 어른을 꼰대라고 칭하며 대화하지 않으려는 건 옳지 않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걸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균형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말을 귀담아듣고, 어떤 말을 흘려버려야 하는 걸까?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확신을 가지고 내게 필요한 조언과 쓸데없는 충고를 모두 구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신하는 건 '내 꿈을 비웃는 말'은 가차 없이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진 꿈이 허황됐다고,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하는 말을 들으면 쉽사리 무시가 안 된다. 나도 모르게 '정말 그런가?' 하고 걱정하게 된다. 자신감을 잃고, 머뭇되게 될 때면, 나는 모든 젊은이들을 응원해주는 목소리에 기대곤 한다.


  넥스트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고개를 떨구고 발 끝만 바라보며 걷게 될 때 잠시 숨을 고르고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힘을 주는 노래다. 지금 당장 너무나도 힘들어 눈물이 날지라도, 이 눈물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마법 주문의 재료이니 괜찮다고 말해준다. 사실 가사 자체는 조금 흔한 위로와 응원의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노래를 부른 신해철 님의 삶을 조금이나마 기억하기 때문일까. 그가 얼마나 청년들을 진심으로 응원했는지를 알기에,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 정말 마음 깊이 와닿는 위로를 받는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살아간다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매번 정답이 바뀐다는 점이다. 매 순간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앞만 보며 날아갈지, 뒤를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전진할지, 또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며 쉬어야 할지. 심지어는 잠시 뒤로 되돌아간다는 선택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 않을까. 한 가지 선택지만으로는 제대로 살아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노래도 만병통치약이 되어주진 못한다. '남들이 뭐래도 네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려 하거나 움츠러들지 마'라고 말해주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믿는 걸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도 분명히 있다. 다만, 포기하는 이유가 '남들이 뭐라고 해서'여선 안 된다. 그들은 내 꿈을 비웃거나, 폄하하려는 사람들일 수 있다. 꿈을 포기해야 할 때는 꿈을 향해 날아본 후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실패에 매우 큰 공포를 느낀다. 나 또한 극도로 안전을 추구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실패는 흡사 도깨비와 같다. 걱정 어린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앞으로만 날아가기란 쉽지 않다. 무턱대고 돌진하라고는 누구에게도 말해줄 수 없다. 그럼에도 그냥 허탈하게 포기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내 꿈을 그렇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일단은 앞을 보고만 날아보려 한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래도 될 것 같다. 나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흘린 눈물, 그 눈물이 맺혀 만들어진 별을 찾아서 날아보고 싶다.




눈을 감으면 태양의 저 편에서 
들려오는 멜로디 내게 속삭이지
이제 그만 일어나 어른이 될 시간이야
너 자신을 시험해 봐 길을 떠나야 해
네가 흘린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 거야
남들이 뭐래도 네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려 하거나 움츠러들지 마 
힘이 들 땐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 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 마 그저 웃어 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너의 날개는 펴질 거야


소년아, 저 모든 별들은 너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란다. 세상을 알게 된 두려움에
흘린 저 눈물이 이다음에 올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는 것이지.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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