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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Sep 10. 2021

어른이 된다는 건.

이승기, [소년, 길을 걷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언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화하는 시점, 어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우리는 자신과 타인이 어른인지 판단합니다. 저는 아직도 어른이 된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먼저 어른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어떤 것일지라도 그 기준에 맞출 자신이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오래도록 아이로 살고 싶지만, 그러기엔 이제 삶을 외면하기만 할 수는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빈틈이 많고 부족하고
세상이 그저 너무 어렵고
무섭기만 해


  이승기 님의 노래를 찾아 듣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참여했던 모임에서 어느 분이 추천해주신 노래 하나가 제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소년, 길을 걷다]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나지막이 읊조리며 시작합니다. 나는 여전히 그대론데, 세상이 내게 요구하는 건 점점 늘어만 갑니다. 물론 모든 요구에 맞출 필요는 제게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관계는 아무리 경험을 쌓아도 어렵기만 합니다. 어느 날은 "그래도 예전보단 조금 알 것 같아!"라며 자신감을 얻다가도, 금방 "역시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라며 한탄하길 반복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는 강해졌다고 느꼈는데, 알고 보니 두려움과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으려고 회피하며 느끼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었죠. 저는 전혀 강해지지 않았습니다. 약하다는 걸 잊으려고 노력할 뿐이었던 거죠.




일단 한 번 살아보겠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위축되고, 지쳐가게 됩니다. 제대로 사회생활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제가, 이렇게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게 한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짜 사회를 겪으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게요. 저는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요. 무엇 하나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선택도 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최대한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룹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선택해야만 하겠죠. 남들에겐 당연한 일, 쉬운 일조차 제겐 너무나도 어렵기만 합니다. 일머리도 없고, 사회성도 부족한 제게 빌딩 정글에서 살아나가는 건 참 가혹합니다.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도 막막합니다. 저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요?


선택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조금은 내려놓고 싶기도 하고
흔들리는 마음 기댈 곳이 없어도
후회 않으려 해 견뎌보려 해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진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저는 제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게 별 거 아닌 이유일지라도 말이죠. 물론 그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고 삶의 종착지에 다다를지도 모릅니다. 아쉬움은 남겠지만 노력한 만큼 후회는 덜 하겠죠. 저는 노력하는 걸 잘하지 못합니다.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임해본 적 없습니다. 이런 저도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려 합니다. 종교는 없지만, 믿는 건 자유이니까요. 당장 노력이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제게 주어지는 것을 떠안아보려 합니다. 지금은 '백수생활' 그 자체의 부담을 짊어지려 합니다. 어떤 분께서 제게 이런 말을 전해주셨습니다. '백수'가 아니라 '삶의 전환자'라고 자신을 칭한다고요. 저는 이 말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잠시 삶을 전환하는 시점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여전히 어렵기만 한 삶을 걸어가 보려 합니다. 이런 제 맘을, 이 노래는 있는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만 같네요.


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모르는 것들 투성이고
어렵긴 해도
내 길을 걸어가 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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