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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Sep 13. 2021

서른에 시작한 종이접기.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가는 법.

작은 도전, 작은 성취


  혹시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종이접기를 해본 게 언제였나요? 저는 낙서를 한 연습장을 찢어 종이비행기를 접어 버리곤 했었지만, 비행기를 제외하고 뭔가를 접어본 건 중학생 때가 아마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무엇을 접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 최근에 다시 종이접기를 해봤고, 생각보다 즐거워서 꾸준히 하는 취미로 삼아보려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취미가 생기는 건 항상 기분 좋은 일입니다.


  저는 손을 사용하여 뭔가를 할 때, 늘 위축되곤 합니다. 손재주라는 걸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만든 걸 남들이 비웃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비웃음 당하고 싶지 않아서 언젠가부터 손재주가 필요한 일을 기피해왔습니다. 그러나 손기술이 필요한 일은 우리 일상 속에 너무나도 많았고, 저는 비웃음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죠. 이런 제가 손재주가 정말 많이 요구되는 종이접기를 한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비록 종이 접기라는 게 별 것 아닌 일이지만요. 제 약점과 직면해야 하고, 약점과 만나는 건 언제나 유쾌한 일이 아니니까요.


  제가 종이접기를 시작한 이유는, 한 마디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하지 못하는 걸 해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을 보더라도 견디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적어도 취미를 즐길 때만큼은 잘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쉬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꼭 잘하지 않더라도 '해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기뻐해도 괜찮다는 걸 느껴보려 합니다. 작은 도전인 만큼, 성취도 작을 겁니다. 그래도 크기와는 상관없이 이 또한 '성취'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저는 하루에 한 번, 성취를 경험하려 합니다.







  제가 이룬 성취, 어떤가요? 제가 접은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보았습니다. 특히 첫 번째 사막여우와 마지막 조개는 제가 봐도 잘 접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사실 저에겐 숨겨진 손재주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잠깐은 이렇게 믿어보려 합니다. 어차피 이런 자신감이 오래 유지되진 않는 편이거든요. 이 글을 쓰는 오늘도 귀여운 동물을 접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의 부끄러운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완벽하지 않아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계속 경험해보려 합니다. 누가 흉을 보더라도, 칭찬을 해주더라도 변하는 건 오직 제 기분입니다. 제 삶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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