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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Aug 31. 2021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내가 따르고 있는 삶의 규칙들.

내 삶의 규칙


  누구나 살면서 지키는 규칙이 하나씩은 있을 겁니다. 도덕적인 원칙일 수도 있고, 가치에 대한 우선순위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한 삶의 규칙이 아주 많기도 할 겁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일상의 모든 부분을 철저히 계획하고,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분이 계십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출근하기까지의 행동단계, 업무와 취미 시간, 잠에 드는 시간까지도 항상 동일하죠. 이 정도까진 아닐지라도 우리 모두 3~4가지 정도 지키며 사는 규칙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겐 어떤 삶의 규칙이 있나요?


  제가 가진 삶의 규칙 중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제가 지키고 있는 삶의 규칙을 여러분들이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가치관의 차이일 뿐, 어떤 규칙이 다른 규칙보다 우월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와 같은 규칙을 가진 분이시라면 공감의 웃음을 지으시고, 저와 다른 규칙을 가진 분이시라면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웃어넘기시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 하기


  우선 첫 번째로, 저는 '흥미'가 곧 행동의 동기입니다. 따라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어떤 일이든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겠냐마는, 가능한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노력해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보는 중입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는 규칙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특히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합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하기 싫은 일도 하고 싶은 일 쪽으로 조금 옮겨가기도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계기로 '사람을 만난다'라는 하고 싶은 일을 만족시키는 거죠. 저는 낯가림도 심한 주제에 함께 하는 걸 참 좋아합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일 겁니다.


  하고 싶어 시작했다가도, 금방 하기 싫어지기도 합니다. 흥미가 워낙 자주 바뀌고, 흥미가 떨어지면 금세 질려 버립니다. 그래서 끈기 있게 뭔가를 오래 해 본 일이 그다지 없습니다. 제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한 즐거운 일은 '시 쓰기'입니다. 매일매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해오고 있습니다. 시 쓰기를 꾸준히 해오다 보니, 글쓰기도 나름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자란 듯합니다. 덕분에 브런치에서 이렇게 글을 쓰기도 벌써 한 달을 넘도록 꾸준히 해내고 있네요. 앞으로도 부디 흥미가 떨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하기 싫은 일을 안 하려는 저의 마음가짐이 철딱서니 없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저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성숙한 사회인이자 어른이라면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책임을 다해야 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러지 못하고 있는 저는 아직 미숙한 게 분명할 겁니다.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제적인 빈곤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를 고를 때 깐깐하게 고릅니다. 시켜주는 일이라면 뭐든 해도 모자랄 판에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재미있는 일만 하려고 하는 제 자신이 스스로도 참 답답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는 규칙을 버리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바꾸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사람도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에게나 좋은 구석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막상 해보면 재밌는 요소가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믿으며, 아주 자그마한 용기를 내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응원해주려 합니다.




생일 챙기기


  저는 카카오톡에 있는 기능 중 친구의 생일을 알려주는 기능이 참 마음에 듭니다. 친구들이 말해주는 생일을 모두 기억하기도, 일일이 메모해두기도 어려운 저에게 이 기능은 아주 유용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생일을 챙기는 걸 좋아합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집니다. 서로 바쁜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안부인사를 나누는 것도 소홀해지기 쉽죠. 저도 살갑게 먼저 연락을 자주 해주는 사람은 못됩니다. 그래도 그 사람의 생일, 명절, 매년 새해 인사는 꼭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냥 생각나서 연락해봤어'라며 특별하지 않은 날에도 연락해보려 노력합니다.


  명절이나 새해에는 정말 간단한 인사만 나눕니다. 하지만 생일에는 반드시 작은 선물이라도 전합니다. 대체로 만 원 이내의 커피 쿠폰을 많이 선물하고, 만약 상대방이 카카오톡 선물 기능에 위시리스트를 채워두었다면 그 목록 안에서 골라 선물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는 이 행동은 제게 남다른 기쁨을 줍니다.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짧게라도 대화를 좀 더 나눌 수 있으니까요. 제 생일에 상대방이 선물을 보답하길 바라진 않습니다. 그런 보답을 바라고 선물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전혀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바라는 보답은 저의 선물을 보며 저를 한 번이라도 더 떠올려주는 것입니다. 저를 기억해주길 바라며 선물을 건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거죠. 그래서 제가 한 끼 식사를 굶더라도 선물은 꼭 하려고 합니다. 정말 3천 원도 없을 때가 아니라면 캔 음료 하나라도 선물하려 합니다. 캔 음료를 마시는 그 짧은 순간만이라도 저를 떠올려주길 바라면서 말이죠.




하루 세 개 꿈 이루기


  마지막으로 한 가지 규칙만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는 하루에 세 가지 꿈을 이루자는 규칙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이 규칙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면 대부분 "어떻게 꿈을 매일 세 가지나 이룰 수 있어? 거짓말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꿈'에 대한 의미가 제가 말하는 꿈의 의미와는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이룬다는 꿈은 사실 '작은 목표'에 가깝습니다. 일종의 말장난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꿈이라는 건 달리 표현하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루고 싶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은 점심으로 돈가스를 먹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칩시다. 저는 '돈가스 먹기'를 이루고 싶지만, 아직 점심식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 작은 목표 또한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하루에 아주 작고 귀여운 꿈을 세 가지 이루고 있습니다.


  매일 잠에 들기 전, 내일 이루고 싶은 꿈을 떠올려보고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둡니다. 그러면 잠에 들면서 내일 눈을 뜨는 게 기대됩니다. 특히 즐거운 꿈일수록 설렘도 커지죠.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너무 괴롭고 힘들기만 했었는데, 이 규칙을 지키기 시작하면서 아침 기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참 많이 줄었습니다. 이 글을 적는 오늘은 다음 세 가지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1) 빵집에 들려 향긋한 빵 냄새를 맡으며 여유롭게 점심 먹기
(2) 시를 쓰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기
(3) 하늘 사진 찍기


  별 거 아닌 일일지라도, 여러분들도 작은 성취를 이루며 하루하루를 쌓아나가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성취를 맛보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실패와 좌절은 계속 우리 방문을 두드리는데, 성공과 기쁨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요? 그쪽에서 찾아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찾아 나설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저는 작고 귀여운 걸 사랑하기에, 작고 귀여운 성공과 기쁨들과 친해지려고 합니다. 지금 꽤 친해진 것 같아요. 부디 저 혼자만의 친밀함이 아니길 바랍니다.




  규칙에 너무 얽매이는 것도 우리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규칙이 전혀 없는 무질서함도 결코 우리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유리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이루는 대부분의 것에는 적정 수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세상 모든 것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적정 수준이 필요하지 않은 게 있을지도 모르니 섣불리 확답을 내리진 않으려 합니다. 여러분의 삶에는 어떤 규칙이 있나요? 그 규칙이 여러분을 괴롭히는 규칙인가요, 아니면 여러분을 기쁘게 하는 규칙인가요? 어떤 규칙이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갇히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 또한 위의 세 가지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음엔 잘 지키자!'라고 말하고 '실패'로 여기지 않으려 의식합니다. 우리는 규칙을 지키려고 사는 게 아닌, 좀 더 잘 살아보려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니까요. 규칙이 우리 삶을 통제하게 허락하진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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