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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Oct 19. 2021

10월의 겨울 준비.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

갑작스러운 한파


  지난 주말을 시작으로 날씨가 급변하여 추워졌습니다. 원래 이맘때쯤 추워지는 걸 서서히 느끼며 가을을 즐겼었는데, 가을이 삭제된 것처럼 춥기만 합니다. 어디선가 몸집을 키워 온 겨울의 눈초리 한 번에 가을은 쭈구리가 됐나 봅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당황스러워하는 듯합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동네 마실을 나가시면서 가볍게 입고 나가셨다가 추위에 아주 혼쭐이 나서 돌아오셨습니다. 잠깐의 가을을 즐기기 위해 코트를 장만했던 사람들은 눈물을 훔치며 패딩 점퍼를 꺼내 입기도 했습니다. 또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춥든 말든 코트를 꿋꿋이 입는 사람들도 있었죠.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에겐 쌀쌀한 날씨가 참 반갑게 느껴질 겁니다.


  저는 겨울을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춥기 때문이죠. 추워도 너무 춥기 때문입니다. 올해처럼 갑작스럽게 겨울로 넘어가는 날씨가 아니었어도, 남들이 한창 가을을 즐길 때 저는 조용히 겨울을 준비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저의 겨울은 언제나 10월 말쯤부터 시작되었죠. 그리고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저의 겨울은 지속됩니다. 저는 거의 반년 정도 되는 겨울을 보내는 셈이죠. 제게 있어 봄과 가을은 훨씬 짧습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은 이제 자취를 감췄습니다. 저는 또 반년 간 여름을 추억하며 기다려야 할 테죠.




겨울 준비


  저의 겨울 준비는 두꺼운 이불과 온수 매트를 꺼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침대 매트리스에 온수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얇은 이불을 덮습니다. 직접적으로 살에 닿으면 너무 뜨겁거든요. 그리고 두꺼운 이불을 덮어 주면 우선 잠자리는 완성입니다. 그다음은 겨울옷을 꺼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름옷을 겨울옷이 있던 곳에 정리해서 넣습니다. 저는 여름옷보다는 겨울옷이 더 많아서 겨울옷을 꺼내고 나면 옷장이 많이 비좁아집니다. 올 겨울에도 어떻게 옷을 잘 정리할지 궁리를 해 볼 예정입니다. 옷도 잘 정리했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방한도구를 꺼내는 겁니다. 목도리는 특히 중요합니다. 저에게 있어 겨울 필수품이죠. 목도리를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체온 차이는 아주 큽니다. 혹시 추위를 많이 타는 분이 계시다면 꼭 목도리를 하시기 바랍니다. 목도리에 이어 외투 안에 함께 입을 경량 패딩과 방한용 내의, 장갑도 꺼내야죠. 잘 때 신을 수면 양말도 있어야 하고, 핫팩도 미리 쟁여놔야 합니다.


  이외에도 각종 불편함, 건강에 대한 위협, 건조함과 맞서 싸울 준비가 필요합니다. 겨울 내내 발라줄 바디로션과 핸드크림을 충분히 사두고, 지금부터 열심히 발라줘야 합니다. 창문에 에어캡을 붙이는 일도 잊어선 안 되죠. 저는 안경을 착용하기 때문에 렌즈에 김이 서리는 것에도 대비를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밖에 있다가 따뜻한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안경 렌즈에 김이 서려 여간 짜증 나는 게 아니었는데, 요즘은 김서림 방지 클리너가 있어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영양제도 고민해보고 골라야 합니다. 겨울이니 아마 외출이 줄어들 겁니다. 비타민 D는 가능하면 챙겨 먹도록 합니다. 사실 여름에도 딱히 외출이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챙겨 먹어야 하지만, 왠지 겨울에 먹는 게 기분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운동도 좀 더 신경 써서 해야 해요. 겨울엔 운동을 하다가 다치는 일이 더 쉽게 일어납니다. 준비운동이 본 운동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줘야 합니다. 평소에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30분쯤 운동을 하는데, 겨울이 되면 주 4회 이상, 1회에 40분 이상 정도로 늘리는 편입니다. 겨울이 아닐 때는 몸이 굳지 않게 풀어주는 정도로 가볍게 하지만, 겨울에는 근육량이 좀 더 늘 만큼 해줘야 덜 춥습니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체온조절이 잘 되기 때문이죠. 추위에 혈액순환도 방해받으니 여러모로 겨울 운동은 아주 중요합니다.


  마음의 준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겨울도 부디 잘 살아남자고, 스스로를 응원해줘야 합니다. 한겨울의 추위는 제게 있어 정말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지금까지의 겨울을 되돌아보면 매번 건강에 위협을 받곤 했습니다. 피부가 갈라져 피가 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폐가 찢어지기도 했었죠. 물론 추위만을 탓할 수는 없고 평소에 제가 몸 관리를 안 해서 생긴 일이긴 하지만요. 이번 겨울은 가능한 아프지 않고 넘겨 보겠다는 굳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매년 겨울마다 겨울의 괴롭힘을 견뎌내겠다는 의지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힘겨운 겨울, 그럼에도


  저는 겨울이 정말 극도로 싫습니다. 추위는 제 생활의 많은 부분을 제한합니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쯤 겨울이 최대한 늦게 오길 바라고, 겨울이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걸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의 모든 게 싫은 건 아니에요. 밉상인 녀석에게도 매력 포인트는 있기 마련입니다. 일단 겨울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가 있죠. 크리스마스와 새해입니다. 설날은 제게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제외합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어떤 식으로 즐겁게 보낼지 기대됩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늘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것인 데도 왠지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아합니다. 눈이 내리는 풍경, 가지만 남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 등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도 있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귤을 까먹거나 바람이 쌩쌩 부는 길가에서 뜨끈한 어묵 국물을 마시는 등 겨울이 아니면 진가를 느낄 수 없는 체험들도 있죠. 밉고 또 미운 계절이긴 하지만 나름의 낭만을 가진 계절이기도 합니다.


  겨울이든 밤이든, 힘들 때든 슬플 때든 나름의 낭만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름다움과 가치를 지니고 있죠. 겨울에만 피는 꽃이 있고, 겨울에 먹어야 맛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겨울이라서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겨울이 싫을 겁니다. 추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기적이 생기지 않는 한 계속 그럴 겁니다. 하지만 겨울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진 않습니다. 물론 조금은 짧아지기를 바라긴 하지만요. 아니, 많이 짧아졌으면 좋겠지만요. 겨울도 겨울만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말이죠. 저는 겨울을 겪기 때문에 늘 건강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아주 큰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 겨울도 살아남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넘겨봐야겠죠. 올 겨울엔 어떤 일들이 생길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별일 없어도 그 또한 좋을 겁니다. 제가 모르는 사람들의 안녕까지도 바랄 만큼 착한 사람은 못 됩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무사히 겨울을 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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