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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Nov 16. 2021

예술이 별거냐고.

예술적 삶에 관하여.

예술이 가지는 의미


  예술은 여러분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신비로운 것, 어려운 것, 내가 하는 건 아닌 것, 독특한 것 등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저에게 예술은 천재들의 영역에 있으며 창의력이 없인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제겐 그런 능력이 없다는 걸 확인받아야만 했죠. 예술은 저의 일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피해왔습니다. 더 실제적이고 객관적인 걸 추구하게 되었죠.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없었기에 만들기 시간은 제게 끔찍한 시간이었습니다. 악기를 다루거나 노래를 부르는 음악시간도 마찬가지고요. 미술, 음악, 가정 시간을 포함하여 모든 예술성이 사용되는 과목을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시를 쓰는 건 어째서인지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봐도 별로인데 왜 그랬을까요. 시를 쓸 때는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 있었고, 또는 오히려 현실을 지독하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은 없었습니다. 꿈을 꾸거나 현실에 처박히거나. 모든 면에서 어중간하거나 부족한 저에게 있어, 적어도 어중간하진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를 쓰는 건 놓지 못했습니다.


  예술을 피하며 살아왔지만 결국 저는 예술을 뒤쫓는 방향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현실에서 잘 살아내기 위해 선택한 심리학은 과학적이어서 좋았습니다. 과학은 곧 현실이고 객관적이라고 믿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그 안에서도 저는 결국 예술의 영역에 걸쳐 있는 상담심리학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주관성의 세계에 다가간다는 걸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시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죠. 과학으로서의 심리학마저도 저는 주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시를 썼습니다.


  예술은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내 일이 아닌 것'이었죠. '환상'같은 것이었습니다. 제겐 그런 의미를 가진 것이 바로 예술이었죠. 여러분에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예술과 친한 사람이라면 참 부럽겠습니다.




예술적 삶 살기


  이젠 예술로부터 달아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종이접기'를 새로운 취미로 가져보았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따라 접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시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오지는 않지만 꾸준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취미에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제 곁에는 예술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림도 배우고, 인형 만들기도 해 보고, 사진도 배워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예술을 접하고 실천해보려 합니다.


  위에서 저는 '예술은 창의적인 사람이 하는 일'로 규정하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좌절하며 도망쳤다는 이야길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예술이 창의적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창의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창의력도 다른 능력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할 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을 해야 하는 이유, 저는 그게 곧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 우리는 예술을 해야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고, 춤을 추고, 무언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속에 어떤 형태로든 '나'가 담깁니다. 그걸 다시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나를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드러내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술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저는 작은 오해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술을 너무 어렵게 여기는 듯합니다. 일상 속에서 하늘사진을 찍는 것, 전화통화를 하며 끄적끄적 낙서를 하는 것, 홀로 코인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 내 마음대로 리폼하여 옷을 만드는 것, 나만의 감각으로 방을 꾸미고 정리하는 것까지 모두 예술활동이라는 걸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하며 살았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예술가였던 것이죠.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한 명의 예술가가 살고 있습니다. 그 예술가가 머물 곳을 우리는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이제 마음속 예술가를 위한 작업실을 마음 한편에 마련해주면 어떨까요?


  최근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잠든 예술가를 깨우는 걸 돕기 위해 저자, 줄리아 카메론이 쓴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매일 모닝 페이지를 쓸 것을 강조합니다. 자유롭게 내 생각을 쭉 적어보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무비판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떠오르는 창의성을 억압하고 배제하려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으른 저는 꾸준히 쓰진 못하고 있지만, 이 글을 쓴 입장에서 좀 더 열심히 적어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예술성을 발휘해볼 수 있을까요? 무엇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무엇이든 좋으니 사진을 찍고, 그리고, 노래 부르고, 만들고, 춤을 추며 예술적 삶을 살아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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