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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Dec 30. 2021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

('내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거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편인가요? 혹시 누군가 여러분에게 부탁을 했을 때 그 부탁을 들어주긴 부담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수락해버리거나 하진 않나요? 만약 거절하는 게 어렵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일상이 흔들린다고 느끼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내 마음을 바라봐주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대우받고 싶고, 이왕이면 좋은 평가를 받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또 그렇게 했을 때 실제로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자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리 나쁘지도 않습니다. 다만 과해질 때, 그리고 올바르지 않게 의식할 때 어떠한 형태로든 문제가 생기게 되죠.


  과하게 의식한다는 건 말 그대로 사소한 일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한다는 말이죠. 아주 많은 행동들이 다른 사람의 느낌, 의견에 맞춰서 결정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을 적절히 조율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내 의견 없이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만을 뒤쫓는다면 결국 점점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 약해지고, 좋지 않은 결과가 따라올 때는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기에 이릅니다. 나아가 타인을 의심하게 되는 동시에 스스로 결정하지는 못하니 지나치게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올바르지 않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시선을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의식하는 걸 말합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걸 만들어내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낮은 경우까지도 고려하는 경우에 해당하죠. 예를 들어, '이 옷을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라며 입을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말 운이 안 좋게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어지간히 이상한 옷이 아니고서야 실제로 바보 같다고 생각할지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거절하기 힘들 때 내 마음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타인을 의식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상처받기도 합니다. 타인을 의식하는 방식에 따라, 그리고 그로 인해 자주 하게 되는 행동방식에 따라 여러 문제들을 겪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거절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거절'이라는 건 꽤 강력한 자기주장 중 하나입니다.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주장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고 간단한 표현도 이러한 사람들은 어렵게 느끼니 강력한 자기주장은 더욱 하기 힘들죠. 그리고 거절을 포함한 자기주장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주요하게는 '자기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이 맞는 건지, 혹시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 때문에 쉽사리 의견을 내지 못하는 거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해서 자신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사람'의 기준에 대한 믿음을 따르게 됩니다.


  거절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두 가지 잘못된 믿음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믿음이고, 또 다른 하나는 거절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할 거란 믿음입니다. 거절을 못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 두 가지 잘못된 믿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첫째는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부모조차도 나를 제대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사랑해줄까요? 부모에게서 사랑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스스로를 안 좋게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애를 쓰고 노력해야만 겨우 자신의 곁에 누군가 남아줄 거라고 믿게 됩니다. 둘째는 반복되어 온 실패 경험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자꾸 실패하다 보니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되어 스스로 결정하는 걸 두려워하게 되는 경우죠. 만약 실패 이후에 누군가 자신을 떠났고, 애를 써서 잘해주고 배려해주었을 때만 누군가 곁에 있어줬다면 더욱 거절을 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절을 하면 자신을 미워할 거란 믿음도 결국 자기 자신을 조건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에 생깁니다. 하지만 분명히 잘못된 믿음입니다. 조건적으로 사랑을 받는다는 게 완전히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다만 조건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절하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부분이 아주 잘못된 거죠.




내가 다치지 않게 거절하려면


  만약 잘 지내고 있던 사람과의 사이에서, 그 사람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것만으로 상대방이 나를 밀어낸다면 그건 분명히 그 사람의 잘못입니다. 애초에 나를 거절할 권리가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의미니까요. 오히려 밀어준다면 감사해야 할 일이죠. 그런 사람과는 오래 관계를 지속해선 안 됩니다. 부탁하는 게 상대방의 자유라면, 거절하는 건 나의 자유입니다. 개인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존중받을 수 있죠. 그리고 거절은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그러니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죠.


  대신 거절을 할 때 감정적으로 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절당한 상대방이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게 아닌, '나'라는 사람을 거절한 것으로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잘 거절해야 소중한 관계를 안타깝게 잃지 않을 수 있고, 나 자신도 지킬 수 있습니다.


  저는 거절이 어려워 고민하는 분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꼭 가지라고 말해드리곤 했습니다. 누군가 부탁을 한다면 '생각해볼게요'라고 대답을 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말이죠. 물론 "볼펜 좀 빌려줄래?"와 같은 단순한 부탁은 제외하고서 말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혹시 빌려달라는 그 볼펜이 내가 아주 아끼는 물건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이거 제가 정말 아끼는 볼펜이어서요. 00 씨가 망가뜨릴 거라고 걱정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게 마음이 편치 않네요. 다른 볼펜도 괜찮으시면 빌려드릴게요."라고 내 마음을 솔직하게, 그리고 완곡하게 거절해야 할 겁니다. 마지막에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도 좋은 거절 방법입니다.


  다시 '생각해볼게요'로 넘어와서, 이렇게 말하고 정말 그 부탁을 들어줘도 나는 괜찮은지를 고민해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 부탁이 꼭 힘든 일이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3일 후에 나 대신 00으로 가는 일 좀 대신해줄래?"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순간 생각했을 때 3일 후에 나는 딱히 일정도 없고, 해야 할 일도 별로 없습니다. 가야 하는 곳이 그리 멀지도 않아 얼마든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일까지 생각해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라고 생각할 시간을 마련하는 게 좋습니다. 혹시 잊고 있던 일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곳으로 별로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고려해본 후에도 부탁을 들어줘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 때, 부탁을 수락하는 게 좋습니다.


  흔히 거절하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절하는 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라는 마음 하나로 충분합니다. 물론 거절할 때는 완곡히 돌려 말하는 게 좋겠지만요. 실제로 저는 완곡한 표현은 잘하지 못해서 부탁을 받았을 때 "글쎄요. 딱히 도와드리고 싶지 않은 데요"라고 말을 했던 적이 있었죠. 급속도로 관계가 냉담해지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마땅한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게 '정이 없다'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이라는 이름으로 휘둘려 왔던 시간이 떠오른다면 이제라도 떨쳐낼 필요가 있습니다. 정을 나누는 건 꼭 부탁을 들어줘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면 위에서도 말했듯이 '대안'을 제시해주는 방법이 좋습니다. "저는 그 일을 대신해주긴 어렵겠어요. 대신 다음에 제가 다른 일을 도와드릴게요"라고 말을 한다거나 혹은 "제가 직접 도와드리긴 어렵지만, 혹시 ~한 걸 한 번 찾아보시겠어요?"라고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게 안내할 순 있습니다. 그러면 아예 돕지 않은 건 아니니 한결 마음이 편할 테고, 그 정보를 찾아주는 일이 직접 돕는 것보다는 훨씬 에너지도 덜 쓸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나의 거절이 그 사람 자체를 거절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상대방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나 또한 상대방의 거절을 나에 대한 거절로 여기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거절과 부탁이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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