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뿌리 깊이 내린 큰 나무에도
말 못 할 설움은 있습니다
씨앗으로 심어져
수차례의 무거운 밟힘을 견뎌내는 일
새싹으로 돋아나
모진 바람과 세찬 빗줄기를 버텨내는 일
애나무로 자라나
이리 휘고 저리 휘다 뼈대를 잡는 일
가지와 잎이 한가득 풍성해지고
온갖 풍파에 쓰러지지 않을 만큼
튼튼해졌을 때야 비로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그렇게 오늘날의
풍성한 나무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나무는 매번 작별인사를 해야 합니다
봄여름이 되면 꽃과 나뭇잎을 만나지만
가을겨울이 되면 꽃과 나뭇잎을 떠나보냅니다
그들과 만나기 위해 한참을 자라온 나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헤어집니다
미련 섞인 '안녕'이라는 말로 말입니다
이별을 아는 만남은
더욱 아플 뿐입니다
헤어짐을 기약하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일입니다
꿋꿋이 서 있는 나무의 속이
얼마나 썩어 문드러져 있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