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사
고래는 있잖아
그 넓은 바다에서
여명으로 빛나는 바다를
거침없이 가르며 유영하는 모습이
눈을 못 뜰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워
때로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아도
비명 한번 없이 묵묵히 나아가는 모습이
눈을 못 뜰만큼 눈물 나게 아름다워
향유고래는 있잖아
용연향을 만들어 낸대
인공 향수랑 비교도 안 될 만큼
그토록 황홀한 자연의 향수는
주식인 오징어의 날카로운 부리가
자신의 속을 괴롭히고 상처 입힐 때마다
뿜어내는 보호의 눈물이야
용연향은 있잖아
처음엔 사람들을 눈부시게도
눈물 나게도 할 수 없지만
바다 위를 수년, 수십 년 떠다니며
비로소 본연의 향이 생겨
사람들의 희망이 증발하는 것도 막아서
향이 오래 지속되도록 도와줘
그런 점은 왕좌 같아
어떤 금은보화보다도 귀하게
너를 바다의 정점으로 만들어주곤 해
너라는 고래가, 향유고래가, 용연향이
저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는구나
내게서 가장 부드러운 눈물 한 방울을
나보다 먼저 세상에 나가는
너라는 용연향에 살포시 얹을게
너의 향기가 저 넓은 바다에
지구의 남은 수명만큼만
머무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