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지 못하는 선풍기

자작시

by 몽중상심

땀이 나지도, 덥지도 않은데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누르는 선풍기 버튼

적적한 이 방을 바람으로 채우고 싶었던 걸까

바보 같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이불속에 몸을 숨긴다


밤이 되면 감성이 짙어져

볼 수 없었던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없었던 것을 느낄 수 있다

선풍기 버튼을 익숙하게 누르려던 내 모습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다

방치되어 있던 가엾은 선풍기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다


선이 뽑힌 선풍기는 제 갈 곳 없어

옷을 입지도 않고 제 자리에 있는데

선풍기한테 가을은 춥고도 추울 것 같다

내 방의 먼지가 선풍기를 괴롭히기 전에

얼른, 따뜻한 옷 입혀 주어야겠다

얼른, 따뜻한 창고로 옮겨 주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