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감의 흔적
가득 찬 도로 위의 차들에 짓눌린
아스팔트는 숨구멍조차 없어서
깊은 한숨 토해내지도 못한 채
끊어질듯한 허리 부여잡고서는
하루하루 타이어의 열에
지워지고 벗겨지는 그들의 피부를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태어남과 동시에 짓밟히는 삶
지독한 매연을 공기처럼 마시는 삶
뜨겁게 지져지고 사람의 손길 없이
혹독한 사계절을 보내며 녹아가고 굳어가는
그런 아스팔트의 삶
인간들이 자꾸만 괴롭히니
그 튼튼한 몸에도 각질이 벗겨져
데굴데굴 어디론가 굴러가고
상처받고 낡아가며 세월이 흐르니
오래된 도로가 되었다
하지만 쌓여온 세월에 대한 예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으며
늘 그랬듯 인간에 의해
숨통이 옥죄어지는 삶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