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버스 안, 흔들리는 차 안에서 나보다 뒤늦게 탑승한 사람들도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위치를 알았던 것처럼 서 있을 곳을 찾아간다.
그 사이 나만은 이도저도 아닌 자리에서 수많은 발들 사이에 애매하게 멈춰 선다.
낯선 발들을 밟지 않으려 머리털 끝까지 삐쭉 선 채로 경직된 자세.
사람들은 계속해서 뒷자리로 중간 손잡이로 차창 앞으로 몸을 들이민다.
나는 버스 가장자리에 서서 가만히 생각한다. 이곳에 서 있어도 되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편하지는 않을지,
나 또한 그들처럼 자리를 찾으면 되면서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로, 복잡한 생각을 안고 흔들리는 몸을 가눌 줄 모른다.
그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곳에 서서 얼른 내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빠져나가기를 바라면서.
내가 그들에게 내준 자리 때문에 서 있을 자리조차 양보받지 못한 거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