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민 Jun 16. 2017

#80 교실 속 민주주의

2017.5.22. 마지막 문자 '하루만 쉬게 해주세요.'

출근길에 뉴스를 검색하며 
'과로로 숨진 청년이 전날 받은 문자'라는 게시물을 보았다. 
댓글에는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에게 매몰찬 문자를 보낸 상사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맞다. 나쁜 사람, 욕먹도 아깝지 않은 사람.

그런데 그건 너무 쉬우면서 책임도 지지 않는 방식이다. 사람을 비난하는 일에는 자원도 노력도 들어가지 않는다. 기분은 나아지겠지만, 그런 '인간'은 언제나 나타나기 마련이다. 난 이런 걸 '쉬운 비난'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교육이 무너진다'다고 말한 지가 언제부터였을까?
여전히 무기력, 무능력한 교사와 교사를 존중할 줄 모르는 학생에 대한 문제제기와 기사는 매력적이고 자극적이다. 분명 문제이긴 한데 왜 자꾸 사람만 걸고넘어질까?

자연스럽게 비민주적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상사의 폭언과 강압이 자연스럽게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
그런 폭언과 강압에도 어쩔 수 없이 찍소리 할 수 없는 구조,
학생에게 존중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
교사의 열정과 노력을 점점 무기력하게 만드는 구조.

재밌는 건 이 '구조'에 대한 비판도 너무 쉽다는 거다. 
윤동주의 시인의 '쉽게 써진 시'의 한 구절처럼 나의 이런 생각과 글도 정말 쉽게 써진다. 구조적인 문제를 떠들고 다녀도 나 하나, 나의 위치에서 바꿀 수 있는 구조조차 건드리지 못한다면 이런 주장도 '쉬운 비난'의 허세 버전일 뿐이다.

그래서,

비민주적 구조의 문제를 나의 위치에서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쟁활동을 만들어 뒤쳐지는 학생에게 비난이 가도록 하는 구조
효율성만을 생각하여 학생에게 보상을 갈구하도록 하는 구조
오로지 한 명의 기준과 생각에 맞추어 따르도록 만드는 구조
학생이 학생을 감시하고 조정하는 권력 장치를 만드는 구조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말하기 어려워 꾹 참게 만드는 구조

이 뒤틀어진 비민주적 구조를 과감히 해결해야 한다.

'지금, 여기. 교실에서 당장 바꿀 수 있다면. 그 일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원하는 삶의 구체적 형태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의지이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교실 속 민주주의는 교사와 학생 모두를 위해 당연히 실천되어야 한다. 이 구조를 지금 경험할 수 없다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다. 혹여 하더라도 너무 늦다. 나는 구조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지금 위치에서 바꿀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하려고 한다. 업무와 학급에서, 소비와 인간관계에서 말이다. 

한 줄 정리, 
'쉬운' 비판과 더불어 '어려운' 민주주의 실천이 지금 교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79 우리 반은 왜 단원평가 안 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