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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16. 2017

#87 1초에 1방울

2017.6.5. 세수하다가도 별거 다 생각한다.

세면대 위에 못 보던 바가지가 놓여 있길래 이상하게 생각했다. 몇 시간 뒤에 다시 가보니 바가지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수도꼭지의 패킹이 헐거워져 물이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고 있었던 거다. 바가지의 물을 큰 물통에 붓고 다시 세면대의 수도꼭지 아래에 받쳐 놓았다. 한 방울씩 다시 바가지를 채우는 물방울의 소리가 청아하다. 정말 이렇게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게 바가지를 가득 채우는구나 하고 감탄해버렸다. 물 한 방울은 가소롭기가 그지없는데, 그게 차고 넘치니 그제야 그 한 방울이 경이롭게 보이는 것이다.

오늘 제자들 몇 명이 찾아와 한참을 재잘거리다 갔다. 당시에 내가 했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뭐 그렇게 중요했을까 싶은데 아이들에게는 지금을 사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귀중한 추억팔이가 되기도 한단다. 내가 그 아이들 인생을 채운 몇 방울이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먼 훗날, 내가 오늘의 한 방울에 감탄할 만큼 차고 넘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것보다도 그 한 방울이 잘 차오를 만한 그릇은 갖추고 있을까? 지금도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1초에 1방울씩 무엇인가를 채우고 있다. 어딘가에 잘 담겨 훗날 차고 넘치길. 욕심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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