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응가로 황금탑을 만들 순 없어!
평소 장난기가 많은 학생 A, B, C는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 중 장난을 치다 걸렸다.
세명의 학생은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고 방과 후에 남아 과제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 잠시 회의 다녀올 테니까. 수학 공부하고 있어!
잠시 후. 소란스러운 교실 속 A, B, C는 서로 추격전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이놈들, 선생님이 수학 공부하라고 했는데 뭐하는 거야?"
열이 받은 K교사는 평소에도 공부에 관심이 없는 이 세명의 학생과 대화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공부가 하기 싫은 거야?"
A : "선생님, 전 그냥 수학, 사회 이런 거 잘 모르겠어요. 전 체육이 정말 좋아요..."
"그래, 넌 그럼 선생님이 체육부장을 시켜줄게, 체육시간에 선생님 도와줄 수 있지?"
A의 얼굴이 밝아졌다.
B : "저는 모르는 거 빼곤 다 풀었어요."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께 가져와, 도와줄 테니까..."
B의 얼굴도 밝아졌다.
C : "선생님도, 엄마도 저한테 공부하라고 하시는데, 저도 잘하고 싶어요. 그런데..."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공부에 가장 가까이 있고 공부에 대해 가장 안다고 하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가장 공부상처를 많이 주는 직업이 교사다. 교사의 주된 관심사는 '수업'이다. 수업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하겠지만, 어찌되었든 수업의 주체는 교사다. 교사는 수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수업 한다. 그런데 공부의 주체는 배우는 사람, 학생이다. 그래서 가끔교사들은 수업=배움=공부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나기가 퍼부어도 바가지가 뒤집혀 있으면 한 방울의 물도 담기지 않는다.
대부분 교사들은 학생시절 우수한 학생, 모범생으로 성장했기에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는 한다. 그래서 오늘 이 문제의식을 통해 바가지를 뒤집는 것을 오늘 이야기의 핵심으로 삼으려 한다.
필자가 '공부' 그 자체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이 한마디였다. 필자가 만난 수십 명의 교사와 가족, 그리고 선배와 동료들 그 누구도 '공부 좀 해라'라고 했지만, 어떻게 하라고 말해준적이 없다. 아, 물론 그 방법의 답을 해주긴 했다.
"열심히"
세상에 열심히 공부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이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만큼은 누구나 열심히 한다. 다만, 물이 나오는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해 '헛삽질'을 하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럼, 공부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만 하면 모두다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서점에 가보자. 수십, 수백 종의 자기계발, 학습법 서적이 있다. 저자는 소개하는 방법을 통해 그 분야에 일가를 이루으었므로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누구나 경험했듯 이상하게도 '나'한테는 안맞는 방법들 뿐이다. 왜 그럴까?
모든 것은 나의 '마음'에서 시작한다. 흔히 '동기'라고도 부르는 이것이 가장 첫번째가 되어야 한다.
공부 이야기 1편에서 공부의 정의를 인간만이 가지는 최고의 특권임과 동시에 생존 수단임을 밝혔다. 세상의 모든 경험과 지식이 '공부'라면 그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은 '생존'할 수 없다. 원시 시대에는 정말로 죽음을 맞지만, 현대에서는 '사회'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2편에서는 그럼 왜 이렇게 세상의 모든 경험과 지식이 학생들에게는 '국영수의 의무'가 되었는지 알아보았다. 우리 사회의 지난친 속도경쟁이 교육과정, 교과서 중심의 공부체제를 만들어 냈고, 어른들의 책임이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3편에서는 이렇게 '의무'가 되어버린 공부를 학생들이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이야기하였다. 강요된 꿈 대신에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착한공부'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착한공부로 가기 위한 첫번째 방법이자 단계는 '마음열기'이다. 지금 공부가 하기 싫은 '의무'가 되어 버린 학생들에게 공부는 '의무'가 아니라, 삶을 빛나게 해줄 '황금'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먼저, 종이 한 장을 준비하자. 그리고 반을 접어
왼쪽에는 내가 생각하는 공부란 무엇인가?
오른쪽에는 왜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를 적어보자. 그동안 교사로서, 혹은 부모로서 이야기한 공부가 아니라 정말 요즘 스스로 느끼는 '공부'는 무엇이고 '왜 공부를 하는지' 적어보게 하는 것이다. 필자가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이 활동을 하는 동안 보통 세 가지의 반응이 나온다. 대부분은 부정적 대답, 그다음은 생각해본적 없음, 그리고 극소수의 '공부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갖춘' 대답이다. 재미있는 점은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제각각이지만,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신의 희망과 꿈, 현실의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고통스러운 이 공부로 얻어낸 결과가 과연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을까?
공부란 무엇일까? 하기 싫은 것. 억지로 하는 것. 무서운 것. 두려운 것. 이란다.
죄다 부정적이다. 공부는 그럼 왜 해야할까? 묻는다.
미래를 위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란다. 무척 긍정적이다.
나는 되물었다.
"이렇게나 부정적인 공부로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수 있지?
공부가 그렇게 싫다면서, 어째서 그 공부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지?"
아이들이 이내 숙연해졌다.
"응가로 쌓은 것은, 응가탑일 뿐이야.
지금부터 너희들의 공부를 황금으로 만들어야 해.
그래야 그 공부로 쌓은 미래가 황금탑이 되는 거야.
그 공부가 황금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게."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한다. 그런데 우선 고기가 잡고 싶은지, 배에 타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부터 물어보아야 한다. 공부에 대해 잔소리를 하고 싶다면 우선 '너에게 공부란 어떤 의미인지, 왜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자녀와 마주보고 교실에서는 둥글게 둘러 앉아 그 동안의 공부에 대해 고백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엇때문에 힘들었는지, 무엇이 학교와 학원을 '가드리게'만들었는지 들어보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학생들 모두 이런 고민을 부모나 교사와 함께해보거나, 스스로해 본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그렇기에 공부에 대한 '응가'같은 생각을 '황금'으로 바꾸기 위해 이것은 꼭 필요한 첫 단계이다.
공부 생각을 황금으로 바꾸기 위한 첫 단계를 마쳤다면, 이제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최고의 특권이면서 생존수단으로써의 공부를 말이다. 여기서 생존 수단이란 '내가 나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살 수 있게 함'을 의미하며 이것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은 비로소 왜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야 할지 깨닫게 될 것이다. 다음편에서 '공부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연습'이다.'를 주제로 학생들과 소통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다.
더 이상 공부가 '악마'들의 선물이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