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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1. 2017

#9 행복은 짜장면 같은 것

2016.4.13.

학교는 '배움을 추구하는 곳'이다. 배움에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의 실제 삶을 바꾸는 것은 '결과'이다. 결과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나는 배움의 결과로 단호히 '행복'을 이야기한다. 결과는 좀더 구체적이고 자세해야 하지 않을까? 행복이란 말이 조금은 뜬 구름 잡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행복을 '드래곤'정도로 생각하곤 한다. 언어나 그림으로 표현 가능하지만 그것을 오감으로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행복'은 '짜장면'같은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일단 맛을 보면 그 언어와 그림만 떠올려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 짜장면 한 그릇을 경험해야 하고, 그 맛은 배움이 일어나는 학교에서 얻어야 한다. 


1년 보내고 나면 학생들이 교사에게 많은 말을 남긴다. '사랑한다고, 선생님이 최고'라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고민이 된다. 1년간 내가 학생들과 했던 모든 활동과 일들의 결과로써 내가 기꺼이 듣고 마냥 기뻐해야 하는 말일까? 사실, 신규시절에는 그게 마냥 기뻤다. 그런데 배움의 결과가 교사에 대한 호감에서 끝난다면? 내가 아니어도 충분히 배움을 이어나갈 방법을 심어주고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려는 교육적 의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학교라는 큰 벽이 학생들을 연이어 막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노력중이다. 이후로 , '학교오는게 행복하다.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는 말이 더 좋다. 그럼 선생님은 어떠냐고 물으면 착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냥 그렇다는 심드렁한 반응에 더 호감이 간다. 앞으로 아이들이 배움의 결과로 나에게 얻어갔으면 하는 것은 이런거다.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뒤로 밀어두고 친구와 놀고 학교 오는 게 즐거운 것과 더불어 스스로 행복할 권리를 알고 삶에 대한 기대감과 용기를 갖게 하는 것'이다. "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꿈을 이루면 그때 찾아뵙겠습니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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