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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3. 2017

#19 자정작용

2016.7.25.

얼마전 성주군 시민이 세월호 유가족을 응원하기 위해 집회현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다. 내 눈앞에 나와 내 가족의 고통이 현실이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야 다른 이의 고통에 더욱 감정이입하는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랜시간 세월호를 기억하고 아파하는 이유는 인간에게 내재된 마음, 수천년 전 맹자가 이야기한 4단의 씨앗이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인간이 선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교육은 더욱 필요하다. 가지고 있던 이 선함의 씨앗을 잘 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 성우의 게임 참여 문제에서 불거져, 웹툰 예스컷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통해 느끼는 점이 많다. 그 동안 켜켜이 쌓인 앙금이 몇몇 단체에 의해 휘휘저어져 온통 어지럽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성이 차별받고 있는가? 그렇다. 우리는 그것을 바르게 고쳐나가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여성이 여혐의 대상이 되어 왔으니 '미러링'의 방식으로 그것을 표출하는 것에는 적극 반대한다. 어느 한 교사가 "너도 한대 맞았으니, 너도 공평하게 한대 맞자."라고 이야기했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그 교사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나는 지금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정당하게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조선시대도, 일제시대도 아니다. 내가 나의 의견을 정당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물은 스스로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한계치를 넘어 자정작용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오염되었다"라고 한다. 나는 커뮤니티 혹은 단체에 모두가 같은 의견과 표현방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정상적이고 혐오를 줄 수 있는 의견이 나왔을 때 정당하게 비판하고, 배척하고 비추하는 방식으로 자정작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다수에게 용인되고, 유머소재가 되거나,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이미지나 용어가 된다면 이미 자정작용을 잃었고 더 나아가 악취를 풍길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현재 우리가 확실히 깨달아야하는 성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대변할 자격이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의 제자들이 혹시 남혐과 여혐을 대표하는 그러한 커뮤니티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면 한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네가 쓰고 있는 비하와 혐오의 낱말이 누군가의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자매, 혹은 훗날 사랑해 마지 않을 반려자와 자녀를 공격하고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는 것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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