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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3. 2017

#21 과대평가

2016.7.29.

12시 50분이 되어가는 지금, 원래 이 시간에는 타임라인에 글을 쓰면 안된다. 경험상 다음날 아침 분명 낯 부끄러울 글이 올라가 있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랄맞게 손을 놀려본다. 나는 아주 자신만만한 사람이었다. 완벽하고 거의 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20대에는 나의 그런 자신감을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 사람은 호불호가 강한 타입에 속한다. 어쩌면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으리라.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함을 일찍이 깨닫고 삶을 통해 그것을 채워나가고 충만해진다고들 하는데, 나는 영 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인가를 알게 될 수록 내가 더 모르고 있고 더욱 겸손해야 함을 느낀다. 그리고 뭔가 자신감도 떨어져간다. 갈수록 텅텅비어가는 느낌이랄까. 내가 최초의 나를 과대평가한것인지. 아니면 딱 그 수준의 내가 맞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나는 그대로인데 눈만 높아져버린건지. 또 시간이 많이 흘러야 알 수 있으려나. 확실한 건, 많이 듣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만큼. 용기와 자신감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예측되는 텅빈 나에 두려움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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