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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3. 2017

#22 긴급제출

2016.10.4.

화가 난다. 첫번째로 온 공문은 [긴급제출]국정감사 요구자료 '학교내 성폭력 발생건수 현황' 이었다. 뭐 하루 이틀일도 아니고 처리해서 보냈다. 3시간이 지나 두번째로 공문이 왔다. [긴급제출]국정감사 요구자료 "자치위원회 심의 건수 및 성폭력 발생건수 현황" 뭐냐, 뭔가 데자뷰인가? 방금전에 보낸 공문과 이 공문은 요구한 사람이 달랐다. 그리고 1시간 후 [긴급제출]국정감사 요구자료 "학교폭력으로 인한 강제전학 건수 현황" (그것도 5년치) "고만해!" 


아차 이것도 있다. "2학기시작 부터 10월까지 안전교육 및 연수 이수 현황" 그런데 이 공문하고 똑같은 양식이 여름방학에도 왔다. 아무래도 학년말에 또 올것 같다. 그리고 오늘 결국 터뜨릴 수 밖에 없었던 "어린이안전구역 시설물 설치 현황조사 제출" 첨부에 "니 혼자 생각하지 말고 구청이나 경찰서에 물어봐라"라고 되 있길래, 구청에 먼저 전화했다. 

"여쭤 보겠습니다. 어린이 안전..." 

"에휴...." 

"왜 그러세요?" 

"어린이 안전구역 시설문 조사하시려고 전화하셨죠?" 

"네!?" 

"이것 땜에 정신이 없어요. 저희들이." 한참을 구청아저씨와 담소를 나누었다. 


결론은 이거다. 1. 어린이 안전구역에 관한 통합관리는 없다. 2. 안전구역내 설치물은 교통과, 시설과 등 관할이 각기 다르다. 3. 그래서 현황파악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아무래도 계속 전화 받으실 것 같은데, 제가 첨부를 보내드릴 테니 미리 자료를 준비해 두시는 게 어떨까요?" "그럼 메일로 보내주세요." 한참을 지나 메일이 왔다.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모양인지 첨부 내용을 모두 채워져 있었다. 퇴근 후 학교를 둘러보며 우리학교 주변의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 울타리, 도면, 지면 표시, 감시카메라 등을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아이폰에 위치 저장기능이 있어 찍는 곳이 바로 지도에 표시되니 편리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학교 주변의 어린이 안전구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소득을 얻었다. 이 통계가 축적되고 가치 있게 쓰여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열받는 건 마찬가지다. 이것들을 하느라 온통 하루를 다 보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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