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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5. 2017

#37 익숙한 낯설음

2017.1.8.

학교를 7번째 옮기신다는 한 선배교사님께 묻는다. "7번쯤 되시면 뭔가 여유롭게 맘편히 정하실수 있겠어요?" "뭔소리야, 새학교를 가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걱정되는 일이야." 이쯤되면 전보 정도는 익숙한 일이실텐데 여전히 걱정되고 낯설단다. 두달만 있으면, 또 새로운 학급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것이다. 난 두렵다. 다시 시작이라니 말이다. 같은 일을, 같은 사건을, 같은 말을. 또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엔 안통할수도 있고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10번째가 되었건만, 여전히 이 낯설음은 편안해지지가 않는다. 아, 오히려 낯설음이 익숙해져간다고 할까. 그래서 3월을 참으로 열심히 준비한다. 첫 만남, 첫 주, 첫 달에 서로 소통하고 알아가고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공간이 학교와 교실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내가 교실에서 낯선이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어느 구석 한자리에 앉아 있을 낯설음이 두려운 아이를 위해서. (근본적으로 교사도 학생도 학교나 국가의 발전을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지 않는가? 그저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그 공간을 교실로 정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살이'를 해야 한다. 경영이 아닌 삶을 사는 일 말이다.) 


학급살이를 열심히 준비하고 노하우와 컨텐트를 많이 보유한 교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감 넘치고 두려움이 없는 교사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내생각은 다르다. 그런 분들이야 말로 이 교실이, 학생들과 교육이 여전히 낯설고 두려우며 익숙해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익숙한 낯설음이 그들을 준비하고 갖추게 하며 전진하게 만든다. 익숙함에 익숙해지지 말아라. 낯설고 두려움에 익숙해져라. 나에게, 동료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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