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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5. 2017

#37 제갈량이 오래 살지 못한 이유

2017.1.9.

오늘 내로 꼭 마쳐야 할 일이 있다. 에듀 콜라 선생님들과의 멋진 콜라보 기획 워크숍에서 해야 할 일과 기타 잡일 새 시즌을 위한 필진 모집 계획, 사이트 정비. 개인 블로그도 다시 정리해야 하고 학교일들도 산적해 있다. 난 원래 진짜 게으르고 일을 미루고 미뤄 기한 내 막판에 가서야 하는 일명,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발이 활활 타고 있는데도 뜨겁지만 참을 만해" 스타일. 


학창 시절, 시험 전날 8시까지만 놀고 공부해야지 해놓고는 8시가 되어서는 "10시에 해도 늦지 않아!" 10시가 되면 "우리에겐 새벽이라는 멋진 시간이 있잖아" 결국 새벽 1시쯤, 펜을 들고는 "이건 시험에 안 나와!" 하며 한 두어 장 찌글찌글하다가 "아침에 1시간 일찍 일어나서 하면 더 잘돼!"하고는 잠든다. (물론 당연히 그 시간에는 못 일어난다.) 결과는? 생각보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 잘 나온다 ㅎㅎ "이럴 거면 그냥 걱정 말고 놀걸..." 그러나 그건 나의 행동에 따른 결과가 온전히 나의 책임일 때 가능하다. 


직장인과 교사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한 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혼자 처리해야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 즉,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발이 활활 타고 있어서 옆에서 누가 불을 꺼준다고 와도 "나 혼자 할 수 이써!"하고 아등바등하다가 물에 뛰어드는 타입이라는 거다. 


삼국지연의 속 최고의 지략가로 나오는 제갈량은 호로곡 전투 이후 사마의와 끝없는 대치 중이었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성채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갖은 수를 쓰며 사신을 보냈다. 제갈량의 근황이 궁금한 사마의가 사신에게 물었다. "공명은 요즘 어떻게 지내나?" 사신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루에 한 끼만 드시면서 군령에 관한 크고 작은 일을 모두 맡아 처리하고 계십니다." 사마의가 씩 웃었다. '곧 죽겠네!' 


나를 공명에 비유하는 게 아니다. 공명은 휘하에 뛰어난 부하가 있음에도 대부분의 일을 혼자 처리했다. 그냥 성격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공명은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만...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은 즐겁다. 그래서 지금의 일들은 나에게 온전히 즐거운 일이다. 걱정은 되지만 즐거운 걱정이다. 하지만 진짜 즐거운 일은 함께 일을 나누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도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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