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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5. 2017

#39 인간이 계획하면, 신은 비웃는다.

2017.1.22. 기욤 뮈소, '구해줘'의 한 구절.

방학을 전후로 내 대뇌에는 딱 세 가지가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첫 번째는 학교 내 보안시설 공사를 마무리 짓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에듀 콜라의 첫 연수의 기획을 마무리 짓는 일이며 마지막은 에듀 콜라 동계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끝났다. 학교 보안공사는 업체 선정부터 기기, 설치장소 등 모든 것을 혼자 처리했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이것저것 조사하고 서류를 갖추었다. 그런데 보안 전문가와 설치기사가 와서는 알아서 다 해놓고 갔다. 생각해보니 전문가는 따로 있는데 나 혼자 전전긍긍한 것이다. 쓸데없는 고민과 시간낭비였다. 


연수 기획을 위해 모든 필진분들께 문자를 보내고 설문을 하고 여러 기획안을 검토했다. 한 분 한 분의 콘텐츠를 검토하고 그동안 쓰신 글들을 다시 읽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기획안은 반나절 후에는 모두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었다. 에듀 콜라의 필진이 모두 참여하면 된다는 단순한 명제로 새 기획은 1시간 만에 결과가 나왔다. 


워크숍은 무척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었다. 중요한 강의가 있던 전날 새벽에도 워크숍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장소 선정, 식사, 워크숍 진행, 프로그램, 예산 사용 등 빈틈없이 채워나갔다. 그러나 당일 말도 안 되는 폭설이 왔고, 필진 일부는 못 오시고 다수는 늦게 오셔서 계획한 프로그램의 절반도 못하게 되었다. 결국 모든 것을 맘 편히 접고 놀고 마셨다.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처음의 단순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가면서 최초의 본질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보안공사는 전문가가 한다, 에듀 콜라 연수는 모두가 함께한다. 워크숍은 편하고 즐겁게 한다"는 간단한 명제를 잊고, 내가 만든 계획과 문서에 집착하고 마는 나를 발견한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많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무엇인가 준비할 것이다. 많은 방법과 프로그램이 내 앞에 놓일 것이다. 


교사가 계획하면, 학생은 비웃을까? 단순하고 강력한 명제를 잃지만 않는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 삶의 일부로써 교실에 놓여있다. 교육의 목적이 아닌 삶의 목적으로 접근한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교실 안에서 너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 이 단순한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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