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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5. 2017

#49 감정을 다루는 방법

2017.2.14. 치킨 먹다가 옛 생각에 잠겨서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제대로 질문하는 방법은 뭘까?

1. 그냥 질문하기, 이건 체크리스트. 아이들도 눈치챈다. 

2. 내 이야기 후 질문하기,  왜? 내 감정을 들어줘도 되고 너의 감정도 받아줄 게도 된다. 그런데 꼰대의 방식은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말이야"가 아니라 "내가 오늘은"으로 시작하는 거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면 감정의 빚이란 게 생긴다. 

지금 당장은 이해하지 못하고 심드렁해도 후에 돌려받게 된다. 그럼 아이는 왜 지금 당장의 어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할까? 뇌 발달 구조상, 그리고 경험과 환경의 차이에 따라 그렇다. 돌이켜보니, 나에게 새벽녘에 아버지가 술냄새 풍기시며 사 오시는 통닭은 그저 '오예!'였다. 그런데 이 나이쯤 되고 보니, 지친 하루를 마감하고 들어온 집에서 나를 반겨줄 이가 없다는 것, 그래서 치킨이라는 핑계로 가족들의 환대를 받고 싶었던 아버지의 감정을 이제야 공감한다. 왜 항상 우리는 뒤늦게 아는가, 왜 어머니라는 말에 눈물짓는가? 그때서야 서로 주고받은 감정의 빚을 되돌려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고. 


아이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하되 결실과 인정을 받는 것은 기대하면 안 된다. 교실에서도 어른으로서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이가 어른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감정은 받아주되, 단호한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훨씬 아이에게는 읽기 쉽기 때문이다. 제대로 감정을 읽고 싶다면 내 이야기와 감정을 먼저 살짝 보여줘라. 그리고 감정의 빚을 지게 해라. 언젠가 돌려받는 적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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