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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8. 2017

#52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쥐를 위한 변명

2016.2.16. 험담은 하지 말기를.

"적어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쥐 뒤에서 뒷담 하지는 말자."

학생회 선발, 우리 학번에서 반드시 과학 생 회장은 나와야 했다. 아무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한 한 학생이 자청하여 학생회장이 되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줄 쥐가 등장한 것이다.
많이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말에 모두 그러겠노라 화답하며 박수를 치고 밀물처럼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고사 행사를 도와주는 학우들은 극소수였고, 행사 참여조차 미비했다. 축제를 즐기라며 휴강해준 교수님의 배려와는 다르게 텅텅 빈 부스를 몇 명이 지킬 뿐이었다. 참여도 의견 제시도 없었으나 험담만큼은 강렬했다. 학생회가 돈을 삥땅 친 건 아닌지 따지거나 행사의 질이 어떠니 하고 말이다. 우리 학과만 그런가 하고 물으니 다른 학과도 그랬단다. 물론, 구성원으로서 따져 묻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과연 고양이목에 방울을 다는 쥐에게 해준다던 응원과 격려는 어디로 갔을까 궁금했다. 

이제 이맘때가 되면 업무분장이 발표되고 친목회장 등 되도록 기피하는 업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된다. 불편한 점 두 가지를 이야기해본다. 

첫째, 넌 점수받으니까 (당연히) 더 많이 해. (혹은 초빙이니까) 승진점수를 받으니까, 업무를 많이 해도 된다는 인식은 그 순서가 바뀌었다. 아무도 안 하려고 하니 점수를 주는 것이다. 즉, 당신이 안 하는 일을 내가 대신하니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점수를 받으니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식당에서 돈을 내고 밥을 먹으면서도 서빙하고 요리해주는 사람에게 '고맙다. 잘 먹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와 같다. 당신이 귀찮아하는 일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승진할 생각에 없는 업무를 만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당신이 해야 할 업무라는 것이다. 승진에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니 승진점수를 받던 아니던 학교에서 업무가 과중한 사람에게 격려는 못해줄 망정 험담은 말자. (심지어 그 점수마저 못 받는 사람도 있다.) 

두 번째, 보수적이고 내향적인 사람들이 많은 교직사회에서 선생님들이 가장 하기 싫은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친목회장이다. 편협한 생각일지 모르나 대부분 경력이 어느 정도 된 남자 교사가 맡는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 경력이 어느 정도 된 남교사는 이미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의 교직 10년 동안 친목회장은 항상 누군가에게 강제로 떠맡겨졌다. 친목회장은 이제 관리자의 기호와 교사들의 원망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아무도 돕지 않지만 원망만큼은 빼곡히 듣는다. 항상 궁금했다.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본인이 하시지 왜? 학교의 구성원 중 여자가 항상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친목회장은 왜 늘 남자가 했을까? 이건 나의 경험이기에 일반화할 순 없을 것이다. 


결론은 이거다. 누군가 그 짐들을 짊어가기에 다른 누군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말을, 삶을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러 가는 쥐가 승진점수를 받던 성과급을 더 받건 어쨌든 고마운 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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