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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11. 2017

#60 나는 MC가 아닙니다.

2017.3.6.

작년에는 아이들이 교실을 떠나 빠져나가면 힘이 쭉 빠졌다.
왜? 나에게는 해야 할 일만 있었기 때문이다. 학급을 세우고 아이들이 1년 동안 잘 지내게 하기 위해 수많은 절차와 단계를 준비하고 실행한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나에게 남는 건 뭘까? '제가 이런 걸 했어요'와 '블로그 정리할 거리'가 남는다. 

그러고 나서는 허망하다. 왜 그런가? 교실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학생만이 아니다. 교사도 당당한 권리가 있는 주체이다. 학급살이에 모든 활동은 나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저 고객의 주문에 따라 물건을 만드는 로봇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교실 속에서 존중과 배려는 당연히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것에 대한 이상향은 모두 다르다. 내가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가르치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한다면, 지속하기도 어렵고, 창의적이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에 교실 속 삶의 목표는 배려나 존중보다 앞서 함께 공존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것들로 먼저 채워져야 한다. 


내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어느 부분에서는 강력한 지침을 만들고, 도저히 참을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면 화를 내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지침을 만들었다면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고, 화를 냈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의 수습과 다독임도 필수다. 학생과 교사 둘 다 인간이지만, 교사는 성인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책임져야 한다.

"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아니다. 나도 행복하고 싶은 인간이다. 나는 이 공간에서 너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행복하게!"이 근본적인 문장이 없으면 나는 계속해서 지쳐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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