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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11. 2017

#66 선생님, 나가서 놀아도 돼요?

2017.3.21. 미세먼지 매우 나쁨, 4일째.

"선생님 나가서 놀아도 돼요?"
2-3년 전만 해도 이건 우리 반에서 공식적으로 물어볼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다. 나가서 놀되 싸우면 싸우는 대로, 지각하면 지각하는 대로 학급 규칙대로 처리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다치거나 크게 다투는 일도 있었지만, 수백 명이 유기적으로 요동치는 공간에서 어떻게 물방울 하나 안 튀겠나?

그러나, 올해부턴 아이들이 아침에 와서 오늘 '공기의 질'이 어떤지 나에게 확인하러 온다. 오늘의 우리 동네 미세먼지 수준은 '나쁨'이었다. 우리 반에는 이걸 매일같이 확인하는 친구가 있다. 점심시간에 너무나 나가서 놀고 싶은 학생이다. 

"선생님, 나가서 놀아도 돼요?"
"음..." (나는 앱을 열어 미세먼지 앱을 보여줬다.) 안 되겠는데요?"
"힝, 다른 반은 나가 놀던데..."

애석하게도, 나는 학교의 안전생활부장이다. 그날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이 몇 시간 이상 계속되면 학교에 안전조치를 내려야 하는 입장인 거다.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놀 수 있게 보드게임을 각자 가져오는 방법도 써봤지만, 아이들은 움트는 그 마음을 어쩔 줄 몰라했다.

나도 내보내고 싶다. 내보내면 미세먼지에 민감한 누군가는 학교가 생각이 없다고 할 것이고, 꽁꽁 가둬두는 모습을 보면 누군가는 안전제일주의라고 비꼴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결국, 이 포도송이 같은 것들을 끝까지 지켜줘야 하는 것은 나뿐이다. 욕해라. 난 아이들을 미세먼지에도 지켜내고 안전사고에서도 지켜 낼 거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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