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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11. 2017

#68 사과하는 어른

2017.4.8.

오늘도 재롱둥이는 내 속을 애타게 했다. 어제한 약속도 까맣게 잊고, 수업 종이 울려도 가지고 놀던 종이와 장난감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수업시간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물건만 꺼내 놓기, 시작"

5분이 지나면 다시 꺼내고, 카운팅을 모두 쓰고 타임아웃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이 네모난 공간에 억 울려 지내야 하는 아이의 에너지를 발산시켜줄 기회와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학급회의 준비를 위해 책상 위를 깨끗하게 비워줄 것을 요청했다. 재롱둥이에게는 5분 동안 5번을 요청했으나, 6번째에는 나도 터지고 말았다. 

"선생님 말 못 들었어!?"

아이는 놀라서 자리를 정리하고, 학급회의를 하는 내내 내 마음은 심란했다. 결국, 종례시간에 전체 아이들 앞에서 사과했다. 

"아까 선생님이 00이 에게 큰소리로 화를 내는 바람에 여러분도 00님도 많이 놀랐을 것 같아요. 미안해요. 앞으로 선생님은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재롱둥이와 둘이 남았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지낼지, 각자 그때 상황의 기분이 어땠는지 서로 적어보기로 하였다. 

'선생님께서 여러 번 말씀하신 걸 알았는 데 존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존중하겠습니다.'

'선생님이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내서 00님이 많이 놀라고 당황했을 거예요. 그래서 00님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앞으로 선생님은 큰 소리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서로 쪽지를 교환하고 한번 쓰다듬어 주고 집으로 보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 
아직도 난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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