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보면 예쁜데...

합쳐 보면 프랑켄슈타인 같아

by VIVA

프랑켄슈타인은 작가 메리 셀리가 18세에 만든

19세기형 괴물이다.

당시의 과학 기술은 뇌에 전기 자극으로

마비된 근육과 신경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거기에 더하여 죽은 사람에게 전기 자극을 해서

신체 일부를 움직이는 실험도 있었다고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이러한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SF과학 소설의 원조다.

작가 메리 셀리의 상상력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그녀는 시체 한 구를 살리는 것으로 설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만든 작품 속 미치광이 박사 빅터는

자신의 크리어쳐를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들을 골라 짜맞추었다.

그래서 미국 헐리우드는

프랑켄슈타인의 얼굴 여기 저기

꼬맨 흉터 자국을 영상화했다.


하지만 그 결과 프랑켄슈타인의 외모는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하나 하나 뜯어 보면 이쁜 프랑케슈타인은

자신을 만들어준 빅터에게

온 세상에게 외면받는다.


내가 써 놓은 드라마를 읽다가

문득 프랑켄슈타인이 생각났다.

단순히 2 퍼센트가 부족한 게 아니라

아주 많이, 심하게 삐꾸인 괴물 같은 구성과 전개.

씬 하나하나를 보면 나름 의미 있고 목적도 뚜렷하고

대사도 입에 붙고 깔끔하다는 평을 듣는데

막상 다 전체를 다 읽고 나면

그걸 만든 나 조차도 외면하고 싶을 정도인데

더는 어떻게 손을 쓸지 모르겠다.

시간이라도 지키자는 심정으로

마감 날에 맞춰 보냈다.


중력의 무게가 얼굴에 나타나고 있다.

무쌍의 일자형 눈은 점점 내려앉아

연필로 쓱 한번 반달을 그리면 끝나는

그런 작은 눈으로 눈꼬리가 내려가고 있다.


요즘 세상 삼가야 하는 얼평도

서슴없이 하는 지인 하나가

나에게 쌍수를 권했다.

(참고로 그녀의 딸은 성형외과 상담실장이다 ㅎ)


'앞 트임, 뒤트임, 위로 아래로 올리고 찢고

그거 하면서 콧대도 세우고 팔자 주름도 당기고.... '

'눈 엄청 크고 예뻐질 거야'

'눈이 커지니까 당연히

코도 오뚝하게 만들어줘야지'


별 감정 없이 듣고 넘겼다.

지금까지 듣고 살았으니까.

나의 무쌍 눈은 사람들에게

늘 호불호를 불러일으킨다.


'왜 지금까지 쌍수를 안했냐, 빨리 해라' 파와

'그 자체로 너무 예쁘다, 이런 눈 흔치 않다' 파로

나는 가만히 있는데 지들이 먼저 싸운다.


드라마 합평도 이렇다.

프랑켄슈타인 작품을 만든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심하게 외면하고 있는데

그들은 너무나도 열심히 열 띄게 토론한다.


'이 대사 좋다, 이거 살리고'

'이건 쓸데없어, 빼'

'여기에는 뭔가를 더 넣어야 하는데'

'여기 순서를 바꿔봐'


어렵게 붙여 놓은

신경과 근육들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다시 붙이라고 너덜 해진 조각들을 던져 준다.


여기 저기 색깔펜으로 표시된 대본 앞에서

쌍수 생각이 났다. 할까 말까?

여기저기 고치기 시작하면 다 고쳐야 하고

그리고 중력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업데이트를 해줘야 한다는 말에

안검하수가 와도

아마 나는 얼굴에 손댈 일은 없을 것 같다

(물론 내가 공적으로 선언을 하거나 약속은 하는 거 아니다)


갈기갈기 조각난 드라마 대본, 고칠까 말까?

여기 고치면 저기 고쳐야 하고

여기 순서 뒤바뀌면 저기도 따라 바뀌어야 하고

차라리 완전히 다 갈아엎어 버릴까나?

뜯어 보야 예쁜 대본을

뜯어보지 않아도 예쁜 대본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으로 9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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