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한 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으러 갔던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 때마다 쇼핑몰 직원들이 어수선한 사무실에 정신 없이 상품을 박스 안에 집어넣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관련 종사자에게 문의해보니 상품 포장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파트타임, 즉 아르바이트 인력이었고, 일정수준 이상의 쇼핑몰은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해 가까스로 주문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상품기획과 마케팅이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물류의 하위 개념인 배송 분야에서는 아마존과 같은 선구자적 기업이 드론, 빅데이터, 주문버튼 등 화려한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존 물류창고 내에는 창고 관리 시스템 조차 전산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하역과 보관 등을 담당하는 물류창고의 진보 없이는 반쪽 짜리 유통 혁신밖에 이뤄낼 수가 없겠다.
“왜 소호몰은 상품 포장과 출고를 본인들이 직접하고 있을까?” ‘마이창고‘의 손민재 대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다. 마이창고는 물류쪽 미개발 영역인 ‘물류창고’와 ‘소호몰’을 잇기위해 지난해 8월 시작된 서비스다.
전자상거래에 최적화된 ‘마이크로 물류 시스템’을 추구하는 마이창고 손민재 대표를 만났다.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창업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이력은 아니다. 우먼센스의 취재 기자로 사회생활 시작했고, 워킹우먼 편집장, 게임회사 본부장, 음성메신저 개발, 동아일보 신매체사업팀장을 지냈다. 창업하기 직전까지 5년 동안은 공무원 생활을 했고.
기자, 투자자, 공무원을 거쳐 창업을 한 계기는 무엇인가. 콘텐츠 비즈니스에는 관심이 없었나?
콘텐츠나 큐레이션 같은 사업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전자상거래와 이를 둘러싼 인프라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업은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유틸리티가 무엇일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고통’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결론은 물류였다. 특히 쇼핑 혹은 유통사업을 하겠다고 창업한 사람들이 택배 박스를 직접 싸고 있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에 상품 기획하고 마케팅 해도 숨 가쁘다. 그런데 문제는 작은 소호몰은 이걸 맡길 데가 없다는 것이다. ‘왜 기존 물류창고들은 소호몰의 물류를 맡아주지 않는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한 것이 마이창고다.
기존 물류 창고들이 작은 소호물의 물류대행을 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관리가 어려우니까 꺼리는 거다. 전자상거래용 물류란 한마디로 ‘마이크로 물류’다. ‘소품종·대량’이 아니라 ‘다품종·소량’이고 매일 택배를 통해 출고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창고의 역할도 보관이나 적재 보다는 피킹·패킹 작업을 하는 장소로 변했다.
하지만 창고 관리 전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존 물류 창고는 양이 적은 소호몰의 주문을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다. 그런 상황이기에 주문량이 많은 대형 기업하고만 일을 하려고 하는거다. 중소형 창고 중에서 홈페이지라도 갖추고 있는 곳이 몇 개나 될 것 같은가? 소호몰이 자기 조건에 꼭맞는 창고를 찾는 일은 ‘모래밭에서 바늘 줍기’까진 아니더라도 우연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어렵다.
마이창고는 어떤 서비스인가?
소호몰을 위한 물류대행 서비스다. 기존의 물류대행, 3PL(3rd Party Logistics)은 대표적인 B2B 비즈니스다. 그런데 전자상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개인에 가까운 소기업이 나타났다. 흔히 소호몰로 불리는 온라인 셀러들 말이다. 마이창고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풍성하게 해주는 ‘개미’와 같은 작은 유통사업자들을 위한 물류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호몰에게 전자상거래용 ‘마이크로 물류’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고 있나.
우리는 지난 1년간 자체개발 솔루션인 ‘eWMS 1.0’을 개발했고, 이 시스템을 통해 물류창고와 소호몰을 연결한다. 소호몰로부터 창고 입고에서 보관·적재, 피킹·패킹, 그리고 택배 출고에 이르는 전체 전산 과정을 대행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받는다. 한 박스당 가격은 천 원이다. 단순한 모델이다. 그리고 수익 일부를 서비스를 제공한 물류창고에 정산해준다. 택배비와 반품비는 따로 받는다.
기존 물류창고 업주에게 전산 시스템을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거창하게 교육이라 할 순 없고, 시스템 사용법 정도를 익히면 된다. 하지만 이것도 아주 단순한 UI/UX로 구성돼 있다. 그러한 부분이 마이창고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소셜커머스 사에서는 자체 물류센터와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들과의 협력 가능성은 없나.
마이창고는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사업자에게 좋은 협력업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들은 구매 고객 외 자기 플랫폼에 물건을 파는 셀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즉, 자기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온라인 셀러(소호몰) 모두가 고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플랫폼 사업자들은 구매 고객에만 집중하고 정작 자신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셀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거나 아예 안 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물류 산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관련업계 종사자로서 어떻게 보고있나?
물류가 중요한 쟁점이 됐다. 의견도 분분하고. 하지만 모든 논의가 물류 산업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배송’에만 몰려있다. 배송이 소비자들을 위한 물류라면, 창고는 판매자를 위한 물류라고 말할 수 있다. 배송이 중요한 만큼 창고와 출고작업도 중요하다. 현재 온라인 커머스 물류센터는 대부분 파워셀러들의 물류만 처리하고 있는 수준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온라인 셀러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전자상거래는 세련되게 진화하기 어렵다.
마이창고는 해외 진출 계획을 하고 있는가.
국내에서 잘 자리잡은 다음, 동남아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마이창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온 세상이 배송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배송이 출발하는 곳은 창고다. 창고가 똑똑해지지 않으면 그 이후의 프로세스 혁신은 사상누각이라고 생각한다. 물류는 무엇보다 창고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창고를 뺀 물류 프로세스는 공허하다고 생각한다.
마이창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최고의 4PL 기업이 되는 것,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통 분야에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스마트한 물류센터가 있다면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새로운 유통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ICT와 결합된 스마트 물류 없이 유통혁신은 한걸음도 나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