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부 판사는 소년에게 보호처분을 내릴 때 부가처분으로 보호자에게 특별교육을 부과할 수 있다. 사건에 직접적인 혐의가 없는 사람에게 징벌적 성격의 처분을 부과하는 제도는 보호자 특별교육이 유일할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자녀 잘못 키웠으니 교육 좀 받아."일 것이고 좋게 말하면 "애 키우는 거 맘대로 안되지? 짧은 시간이나마 도움 좀 받아봐." 정도로 볼 수 있겠는데,
보호자 특별교육 처분을 받은 부모들은 대부분 무겁거나 불쾌한 마음을 가지고 교육장에 나타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은 본 사건과 관련해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출석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하니 나오긴 했다만 내가 왜 애 때문에 회사를, 장사를 하루 빠지고 여기에 와야 하는지에 대한 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에 보호자 특별교육을 집행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한창 오후 교육이 진행 중이었는데, 한 아버님이 사무실로 찾아와 담당자인 나를 찾았다. 무슨 일인지 묻자 아버님은 몹시 곤란해하며 지금 아이가 또 다른 사고를 쳐서 경찰이 찾고 있는데, 경찰과 보호자가 계속 연락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 잠시 강의실을 나와 경찰과 통화를 해도 되겠느냐며 내게 양해를 구했다.
어머님도 강의실에서 나와 있다고 하기에 복도로 나가보자 어머님은 바닥에 쭈그려 앉아 경찰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를 들어보니 경찰이 아이의 신병을 확보해 지구대로 이동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머님이 경찰에게 그렇다면 부모가 지금 지구대로 가봐야 하는 것인지 묻자, 경찰은 그럴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통화가 끝나고 어머님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아버님은 어머님에게 지금 가 볼까?라고 물었고, 어머님은 몹시 괴로워하면서 교육 들으러 시간 빼서 왔으니까 교육은 마치자고 답했다. 나는 두 분에게 잠시 감정을 추스르고 강의실에 들어가도 괜찮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이 지옥이 도대체 언제 끝날까?"
등 뒤로 어머님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이 인생 7개월 차가 되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주로 거실 매트 위를 뒹굴거리시는 게 주요 일과이다. 순한 성격이라 이유식도 잘 먹고, 분유도 잘 먹고, 잘 때 되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재울 수가 있다. 밤과 새벽에 몇 번씩 깨긴 하지만 스스로 잠을 연장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해도 쪽쪽이를 물려준 뒤 토닥이면 곧잘 잠이 든다. 그런 데다가 방긋방긋 잘 웃기까지 하니 우리 부부로서는 참으로 다행이다. 예민한 성격의 아기였다면......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들을 데리고 어디를 가서 누구에게 보여줘도 한결같은 반응들이다.
이렇게 순한 아기가 있네.
너무 신기해.
자는 걸 깨웠는데 울지도 않네. 어떻게 이러지?
일단 이렇게 가만히 있는 아기가 없어요.
아직까지 아들은 내 삶에 크나큰 축복이다(아마 시간이 많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아들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사실은 이틀 전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고 온 자리에서도 미혼인 친구들에게 자식이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열심히 설파하고 왔다.
그런데 이 지옥이 언제 끝나겠느냐고 절규하는 어머님에게 자녀는 축복이냐고 묻는다면, 과연 그렇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렇다는 대답이 차마 나오지 않는 힘든 시간을 견디는 부모들이 있을 수 있다. 꼭 자녀가 비행소년이 아니더라도 지독한 사춘기를 겪으며 부모와 소통을 거부한다든지, 선천적으로 어딘가 많이 아프다든지...
내가 보편적인 진리라고 믿는 것이 누군가의 상처를 후벼 팔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언제나 모두에게 배려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