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마치면 늘 마지막 지하철을 탄다. 텅 빈 채로 터널을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고독함을 느끼다 보면, 인생이 터널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하철은 달려가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종점에 도착하게 되니까. 그게 우리들의 인생이니까.
혹여 같은 칸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해도 나는 그 사람이 안쓰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의 벤치에는 술에 취한 회사원이 인생의 불합리성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고 있지만, 아마도 내일이 오면 다시 출근길 러시아워에 몸을 욱여넣어야 할 테지. 나는이 모든 것에서 환멸을 느낀다. 떠올려 보면-
아무도 없는 세계로 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의 나는 많이 힘들었던 걸까? 생각에 잠겨있다가 정신을 차리면 항상 지하철 문의 차가운 유리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도 살아간다는 게 힘에 부치는데 사람은 어째서 또 매일을 살아가는 거지. 그게
몸서리칠 정도로 이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특별히 콕 집어서 뭐가 싫은 건 아니지만 억지로 웃어야만 한다고 하니까 웃어서 느끼는 행복 따위, 그런 건 내게 필요하지 않았어.
내가 지상에 있었다면 바깥 풍경을 보면서 내가 어디쯤인지, 뭘 보고 있는지 알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지하철을 타고 끝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러니까 뭐가 어떻든 상관없다. 누가 어디서 뭘 하든지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인생에서 결국 중요한 건 종착지가 어디냐야. 만약 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내릴 역을 지나치면 난 어디까지 가는 걸까. 거기까지 갔다면 이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할 텐데 말야. 내릴 역이 어딘지도 잊은 채 멍하니 생각했던 것은
한 번도 가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던 세계-반복되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였다. 내가 머무는 세계에서 오늘이란 어제의 반복일 뿐이다. 잠을 자다 일어나고, 허기지니까 먹고, 시간에 맞춰 아르바이트에 나가고, 다음 달에 뭔가 달라질 거라는 기대가 없는 나날의 반복들. 어쩌면 인생에서 두근대는 일 따위 없다는 거, 너무 일찍 알아버린 걸지도 몰라. 있잖아,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건
꽤나 힘든 일이 아닐까. 생각 외로 말야. 모두가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지만, 사실은 너무 버거운 일인 거야.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건 그거였어.
그렇다고 지금 당장 죽지는 않을 거야.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는 모두 죽으니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언제나 그랬듯 마지막 지하철에 타고 있어. 나는 언제쯤 다른 시간대의 삶을 살 수가 있는 걸까. 아무도 없는 세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그 시절의 나는, 역시나 괴로웠던 걸까. 그 아이는 미래의 내가 괜찮다고 위로해 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아마도 몰랐던 것 같아. 아무도 없는 세계를 그리다 모두가 있는 세계로 돌아왔을 때는 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기대고 있었어. 그런데도 왜 사람은 매일을 참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거지. 난 그게 신기했어. 세상에 특별히 싫은 게 있었던 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