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가 필요했습니다.

by 마잇 윤쌤

저는 출산 후 2주간의 산후조리원을 퇴소하고 곧장 아이와 친정으로 향했습니다.


2주에서 4주 정도로 생각했던 저의 예상과 달리 거의 1년을 친정에 붙어살았지요.


엄마가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누군가의 딸이었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딸아이를 혼자 돌보기에,

저는 모르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속상한 마음도 가득했거든요.



"산후조리원이 천국이다"라는 말은 퇴소한 첫날밤을 보내고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엄마에게는 편히 주무시라고 큰소리를 치고, 딸아이를 제가 데리고 잤어요.


밤사이 딸아이는 여러 번 깼고, 수유도 기저귀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허둥대며 그 밤을 버텨내기 바빴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아무 말 없이 흙빛이 된 제 얼굴을 보시고는 조용히 아이만 안아 가셨어요.


그러고는 "조금 더 자라"라며 방문을 닫고 나가셨지요.


몇 시간을 잤을까,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에

느지막이 눈을 뜨고 거실로 나가보니,


엄마는 따끈한 미역국과 밥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이는 한차례 먹고, 놀고,

고운 연분홍 이불을 덮고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이 든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은 미안함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왔어요. 목이 멜만큼요.



모르는 게 많아, 우당탕탕 육아를 하는 저에게 엄마는 잔소리를 하면서도, 손녀와 저를 극진히 보살펴주셨어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남편과 나가서 밥을 먹고 오라며 제 등을 떠밀어 주셨죠.



"얘기 좀 하고 놀다 와. 둘이"



아마 딸아이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우리 부부를 위한 배려셨던 것 같아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에

얼른 저녁만 먹고 들어오면,



"아기 잘 있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라며 엄마가 더 아쉬워하시기도 했어요.



친정엄마와 정서적 거리를 두고

지내고 싶었던 저는,


이 시간들을 보내며,

육아는 도저히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공동의 미션"임을 깨닫게 되었어요.



처음 아이를 맡긴 시간,

그건 단지 육아의 시작이 아니라,

엄마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계획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렇게 육아의 세계에 첫 발을 들였습니다.








부모도 처음이라 서툴지만,

우리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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