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에피소드는 가공된 것입니다.
자폐 아이들은 전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눈 마주침이 자연스럽지 않고, 맥락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반복하기도 하고, 오다가다 만난 낯선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는 경우가 있지요.
요즘처럼 위험한 세상에서, 이런 아이들을 어딘가에 혼자 보낸다는 것은 부모에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저도 한때는 자폐아의 사춘기, 성인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치료실에는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이 아직 어린아이들이었고, 오래 다닌다 해도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으니까요.
어릴 때 모습을 떠올리며, 막연히 "크면 나아지겠지"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자폐 아이들에게도 사춘기, 청소년기가 오고, 성인이 되어갑니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단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이도, 부모도, 저도,
"아이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연습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아이들과 저는 방학이 되면 아주 소소하지만 현실적인 미션들을 함께 연습해요.
편의점에 가서 과자를 고르고,
카페에 가서 키오스크로 주문도 해봅니다.
원하는 음료가 제대로 나왔는지 비교를 위해 영수증을 받는 것도 잊지 않아요.
혼자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리고,
집에 혼자 돌아가는 방법을 연습합니다.
그날도 그런 하루였어요.
처음으로 부모님이 한 아이를 혼자 버스에 태워보냈고, 아이도 처음으로 혼자 치료실에 도착했어요.
한껏 높은 목소리로 아이는 말했어요.
"선생님! 저 버스 타고 혼자 왔어요. 갈 때도 혼자 갈 거예요!"
아이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어요. 늘 부모님과 동행하던 아이가 혼자 버스를 타고 올 때의 기분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하더군요.
이건 분명 아이의 인생에 있어 대대적인 사건이었어요. 저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아이와는 평소대로 놀이를 했지요.
치료가 끝난 후, 저는 아이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해내는 '독립의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어요.
"선생님은 카페에 가려고, 우리 같이 나가자!"
우리는 함께 신발을 신고, 센터를 나섰습니다.
건물 입구에서 아이를 배웅하며 손을 흔들었지요.
아이는 몇 번이나 돌아보며 저를 보았고,
저는 아이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서있었어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얼마나 기특하고 감동적이었는지 몰라요.
아이가 잘 도착했다는 부모님의 문자를 받고 나서야 제 마음도 놓였어요.
그리고 확신했어요.
"아이는 오늘, 자기만의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디뎠구나."
이후로도 아이는 자주 혼자 치료실에 오고 있어요. 올 때마다 저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선생님, 오늘도 혼자 왔어요!"
그래, 정말 잘했어.
이제 다른 것들도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이 옆에서 응원해 줄게.
아이의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다정하게 이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