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에 얹힌 그리움

by 마잇 윤쌤

어제저녁,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팥빙수를 먹었어요. 며칠 전부터 자꾸 팥빙수가 생각났거든요.


어린 시절, 엄마가 집에서 끓여주던 그 단팥이 그리웠어요. 마트에서 파는 단팥과는 다르게 달콤하면서도, 고소했고 팥알이 톡톡 살아있던 그 맛이요.


국산팥을 직접 끓여 쓴다는 가게였고,

다른 곳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쌌지만,

왠지 그곳으로 마음이 끌렸어요.

잠깐 망설이다 결국 주문했죠.


그리고 한 입 떠먹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어요.

달지 않고, 팥알이 살아있는 그 맛.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팥 맛이었어요.


제가 어릴 때, 우리 집은 여름이면 거의 매일 팥빙수를 만들어 먹었어요. 작은 팥빙수 기계가 여름 내내 부엌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죠.


그 시절에는 우유 얼음도, 눈꽃빙수도 없었어요.

부지런히 물을 미리 얼려서, 손잡이를 돌려 갈아 만든 얼음이었죠.


엄마가 만들어두신 팥을 듬뿍 얹고,

달달한 후르츠 칵테일, 고소한 콩가루,

쫀득한 빙수떡까지 올리면

그게 바로 우리 가족 여름밤의 작은 축제 간식이었어요.

초코시럽과 연유는 각자 취향대로...

저는 가족들 사이에서 '빙수를 예쁘게 만드는 사람'으로 통했어요.


그릇에 얼음을 소복이 담고,

그 뒤에 팥을 조심조심 얹고,

과일과 떡을 색을 맞춰 배치하면 완성.



"와, 진짜 가게에서 파는 빙수 같다!"



가족들이 그렇게 말해주면 괜히 어깨가 더 으쓱했고,

그 말에 신이 나 또 다음 날도 열심히 만들곤 했어요.


그 시절의 여름은, 그래서 더운 줄도 몰랐어요.

엄마는 팥이 다 떨어질 때쯤이면 시장에서 윤기 나는 국산팥을 사다 또 끓여두셨지요.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날, 시장까지 다녀와 팥을 사다 정성껏 끓여두는 일, 돌이켜보면, 그건 엄마의 사랑이었어요.


남편과 딸아이와 팥빙수 한 그릇을 덜어먹으며,

문득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엄마도 팥을 참 좋아했는데...



이 집 팥빙수라면 엄마도 참 잘 드셨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지요.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고, 엄마는 이제 제 곁에 계시지 않아요.


하지만 그 여름밤의 맛,

엄마와 아빠, 남동생, 네 식구가 둘러앉아 빙수를 먹던 그 순간은 저에게 참 행복한 순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하루였어요.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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