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가 엊그제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 친구들 중에 틴트 바르고 오는 애들도 있어."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저에게 물었어요.
"엄마 틴트 중에 남는 거 내가 하나 써보면 안 돼?"
그 말을 듣는데, 저는 또 한 번 아이의 성장을 실감했어요. 아이들도 미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생각해서, 그걸 억지로 막고 싶지는 않았어요.
엄한 부모님 눈을 피하느라 싸구려 화장품으로 화장을 시작하던 아이들의 얼굴을 저는 기억하고 있거든요.
대신에 중요한 조건이 있었지요. 화장을 제대로 꼼꼼하게 지울 것!
"써도 돼. 그런데 화장품을 쓰면 세안을 아주 잘해줘야 해. 꼼꼼하게."
제 말을 들은 딸아이는 몇 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세안 귀찮아서 안 할래."
작전은 아니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살짝 안도했어요. 이제 열 살 남짓, 그 곱고 빛나는 피부결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으니까요.
저는 중학교 3학년쯤 처음으로 화장품을 사봤던 것 같아요. 학원 친구들 가방에 하나씩 있던 베이비파우더팩트를, 저도 용돈을 모아 샀었지요.
며칠 만에 발견한 엄마는 제 등짝을 찰싹 때리고는,
화장품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정말 베이비파우더팩트, 색깔도 없고, 그냥 기름종이 같은 거였는데 말이죠.
저는 대학생이 되고,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처음 제대로 된 화장품을 샀어요.
그때도 엄마는 이렇게 말하셨어요.
"처음 쓸 때 좋은 걸 써야지. 어디서 이런 걸 샀냐"
엄마가 같이 가서 사주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제가 너무 서둘렀다면서요.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저에게는 그 말이 마음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딸아이가 새로운 무언가에 관심을 보일 때,
저는 무조건 "안돼"라고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위험하거나 또래에 아주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요. 잘 설명해 주면 아이는 생각보다 더 잘 받아들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점점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제가 이 다짐을 잘 지켜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딸과 함께 크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의 하루에도 다정한 순간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