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의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요즘 부쩍 자기주장이 강해졌어요.
예전 같으면 그냥 고개를 끄덕였을 이야기에도,
"왜 그렇게 정하는거야?!" 라며 반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그 말이 맞아서, 남편과 저는 둘 다 할 말을 일기도 했지.
'아, 사춘기가 오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남편과 저는 그 단어를 꺼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든 걸 '사춘기'라는 말로 쉽게 뒤집어씌우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그런 말을 들으면
'그래, 나는 사춘기였어!'하며 더 반항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딸아이를 '그냥 그런 시기니까'라는 말로 퉁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딸아이는 방학만을 기다려왔다며,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했거든요.
놀고, 먹고, 자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아이와
하루의 할 일을 루틴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 저 사이에는 매일같이 실랑이가 벌어졌어요.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제가 먼저 지쳐버렸습니다. 계획이나 규칙이니 말하는 것도,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힘들었고, 자신만의 논리로 거부하는 아이와 부딪히는 것도, 그걸 지켜보는 남편의 얼굴도 버거웠어요.
그래서 작은 노트를 하나 꺼냈습니다.
"우리, 내일 하루를 같이 계획해보자.
공부하는 시간도, 노는 시간도, 쉬는 시간도
네가 직접 정해봐.
엄마는 하루에 해야 하는 것들만 정해줄께."
그날 밤부터 딸아이의 일일플래너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밤, 다음 날의 일정을 스스로 계획해보고, 다음 날 저녁에는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체크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귀찮아하는 눈치였어요.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가
딸아이는 점점 그 플래너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노트를 펼치고, 정해놓은 시간에 맞춰 움직이려 애썼어요. 가끔 생각이 안 날 때면,
"이 시간에 뭐 하기로 했었지?!"
하며 노트를 펼쳐보기도 했지요.
밤이 되면 스스로에게 동그라미와 별표를 그려주었습니다.
"엄마, 나 오늘 계획대고 다 했어. 진짜 뿌듯해!"
기특한 말에 웃음이 났어요. 어디서 찾았는지, 계획표 옆에는 '성공' 도장까지 찍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조금씩 독립해가는구나.
저는 오래도록 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고,
딸아이는 이제 곧 청소년이 될 테니까요.
딸아이의 독립은 곧 저의 여백이고, 외로움이 되기도 하겠지요. 그럼에도 허전하기보다는 기쁘고, 서운하기보다는 대견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엄마가 날 믿어주는 구나'하는 마음을 품고,
아이도, 저도 각자의 삶을 잘 살아내고 가꿔나갈 수 있기를,
앞으로도 딸아이가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아끼고 계획하며 채워나가기를 바랍니다.
딸과 함께 크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의 하루에도 다정한 순간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