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동안, 제게는 작은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남편과 저의 일상을 기록하려고 했던 시리즈 연재를 몇 주째 밀리고 있었어요.
쓰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손이 자꾸 망설여졌습니다.
목차도, 글감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는데도 말이죠.
왜 그런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던 이번 주에야
저는 제 마음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았어요.
제가 붙여두었던 시리즈의 제목은
<HSP 아내와 ISTJ 남편의 일상>이었습니다.
우리의 다름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실적인 제목이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목을 달아두는 순간부터 마음 한쪽에 작은 벽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편을 'ISTJ'라는 유형으로 규정해 버리는 듯한 마음,
저 역시 'HSP'라는 단어 안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리는 기분.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명확한 키워드였지만,
글 속에서 제가 진짜 쓰고 싶었던 건 다름보다 더 깊은 우리의 조화였습니다.
남편의 단단함과
건조한 말투 안에 숨어 있는 따뜻한 마음,
힘겨운 하루를 버텨내고 돌아온 서로를 향한 조용한 사랑.
그리고 저의 예민함 안에 자리한
섬세한 마음의 움직임과 감정의 파도,
작은 표정과 행동에서도 감정을 읽어내는 감각.
이 모든 것을 'HSP'와 'ISTJ'라는 단어, 유형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온 시간과 온도를 담기에는 조금 좁은 언어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제목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일>
이 제목을 떠올린 후에야
저는 마음이 비로소 부드럽게 가라앉았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 많이 다르지만,
그 다름 속에서 웃고 울고 배우며
서로에게 가장 편안한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이제는 '유형'이 아닌 '마음'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제목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이 듭니다.
더 오래, 더 자연스럽게
우리의 하루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목 하나에 이렇게 고민하며, 글이 멈춰버렸던 것은 저에게도 처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만큼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일>
저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오래 남을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천천히 기록해 보겠습니다.
다름을 넘어 서로의 집이 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