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당시의 남자친구의 '의외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은 한 달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중요한 순간이 오면 한 번에 결심하고 밀어붙이는,
말 그대로 추진력의 결정체였어요.
그날, 그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결혼하고 싶어요."
담담하고 편안한 얼굴에 농담인가도 했지만, 아니었어요. 그의 표정은 확신에 차있었고, 이미 어디선가 준비하고 나온 사람 같았어요.
그의 얼굴에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게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그 뒤로는 정말 눈 깜빡할 사이 진행되었어요.
만난 지 100일쯤 결혼식 날짜(가능한 제일 빠른)를 잡았고, 양가 상견례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요.
우리 둘은 한껏 신이 난 채로 폭주 기관차처럼 달렸고, 양가 어른들은 그 뒤를 정신없이 따라오셨어요.
사실 남편은 형이 있었음에도, 형과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 먼저 결혼을 하는 상황이었어요. 상견례 당일, 시어머니는 조용히 화장실로 저를 따라오시더니 물었어요.
"아가, 혹시 임신한 게 맞으면, 나에게 말해다오."
그 순간, 저는 정색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 아니에요. 어머니, 그런 거 아닙니다."
그때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지나치게 빠른 결혼, 걱정스러운 속도였어요.
저에게 결혼은 단순한 '빠른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떠나 살아본 적이 거의 없는 저에게는, 부모님 품에서 떠나 처음으로 한 걸음 독립하는 시작에 가까웠어요.
친정엄마는 제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직후에도
"왜 빨리 시집 안 가냐!"라고 했었어요.
지난달에 헤어졌는데, 이번 달에 왜 시집 안 가냐 하니, 그때는 정말 화가 나 엄마 제정신이냐며 대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막상 취업을 하고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한다고 하니
"이제 취업하고 좋은 시절인데 왜 벌써 결혼하냐!"라며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 모순된 말 앞에서 헛웃음이 나왔어요. 왜 결혼 안 하냐고 타박했던 사실을 기억했던 친구들이 없었다면, 저는 억울해서 속이 터졌을 거예요.
저는 한때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나이 들면, 내 부모랑 살기 힘들어서 결혼하는 게 맞나 봐."
그렇게 말했던 저는,
만난 지 한 달 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세 달 만에 날을 잡고, 양가 상견례를 마쳤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속도는 어쩌면 저의 마음이 오래전부터 독립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제 인생을 제힘으로 시작해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함께한 사람은 바로 남편이었습니다.
다름을 넘어 서로의 집이 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